더 킹 : 영원의 군주


얼굴이 같은 사람들이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어

난 거기 갔다 왔고


주어진 시간은 약 다섯시간

내가 또 놓친 건,

이림의 당간지주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그곳


하얀 여울 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문간에 서서 기다리리

새벽 새가 울며 지새는 그늘로

세상이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침부터

지나가는 길손을 눈여겨보며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온 거야?

이제 온 거야?

지금 온거야?

자네, 여기 있었어?

 

정말 온 거야?

아직, 아직 다 오진 못했어

너무 보고 싶어서

죽을 거 같아서

정말 딱 목소리만 듣고 가려고 했지

목소리?

저기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려고


벌써 설이구나

설을 객지에서 보내서 어떡해?

나도 그렇지만 조은섭도 그럴 테니까요

은비 눈 밖에만 나지 마요 절대 못 이기니까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너무 따라 걱정이랄까

그만 가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정 형사님도요


기념품이다 제대기념품

 

봤재 지금 신고하자

우리 조씨가문이 달린 일이다

엄마 아들 맞는 데에

엄마가 조씨가문 생각해가, 멋들어지게 낳은 긴데?

허, 대한민국 뭐 하는 나란데

일곱 살 전투력이 근위대급이냐


아니이-
누가 설날부터 당직을 서냐고
이건 말이여 우리 팀의 어떤
강력한 힘이 없어서 그래

어차피 누구라도 해야 할 일
그냥 우리가 했다 치자

저는 좋습니다
해돋이, 커피, 새해 첫 당직
진짜 강력팀 같습니다


폐하께선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뭐가 이렇게 앞도 뒤도 없이 노골적이실까?

바쁘신 것 같아서요

구 총리께서도 바빠 보이십니다마는

임기가 일 년뿐이 안 남아서

일 년이면 충분합니다

제가 일 년 안에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한 거 모르세요?

마마님께서 저를 좀 도와만 주시면 반년에도 가능하고요

힌트 좀 주세요

폐하의 심장은

무엇에 부서지는지

 

무엇에 심장이 뛸까가 보통인데

무엇에 부서질까를 물으시네요

이 얼마나 폭력적인 애정인가요

폐하께서 구 총리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이신 적이 있으십니까

단 한 번이라도?

그게 바로 구 총리를 돕지 않는 이윱니다


폐하 전하가 왔습니다

[강형사님]

전화가 왔으면 받아야지

목소리를 쫘악 깔고

조영입니다

내가 참 좋아해요

영이가 목소리 깔고 전화 받는 거 멋있거든요

 

조영입니다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멋진 한해가 또 우리에게 더해졌습니다

2020년 국민 여러분의

모든 걸음과 모든 시간을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경찰에 상황 알리고

부상자부터 이송한다

최소인원을 제외한 근위대 전원은

경찰이 올 때까지 시민들을 보호한다

그럼 저 갓나새끼들은

 

안돼

추격하지 않는다

사상자를 더 늘려선 안돼


총격전?

폐하께선 무사하시고

조영대장이 총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내가 묻는게 그게 아니잖아

실검뭐냐고

 

역적이림 ,

이거 진짜야?

뭐지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대체


그 이야기 좀 해봐

뭔 이야기?

네가 갔다 왔다는 거기, 공상과학

음, 딱 하루였어

대한제국이라는 곳이었고, 분단국가가 아니고

그래서 기차도 평행까지가 수도가 부산이고,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황제가 있어

우리 경찰서도 갔었어

제복도, 차도 다 다른데

얼마나 반갑던지

팀장님이랑 심 선배도 봤어

그 세계에서도 경찰이더라

운명처럼

그리고 형님을 찾으러 갔었지

근데 형님은 없더라

 

경찰서에도, 평창동에도

사업 물려받아서 재벌 됐나?

어디 외국에서 사나 봐

좋겠다

 

여기있었으니까


형님이 여길 어떻게 알아?

정태을은 뭘 쫓고 있나

어디로 가고 있나

그래서 와봤더니 여기더라

이 아이가 누구냐면..

 

알아

그래서 온 거야

네가 저쪽에서 나 못 본 이유

나는 알거든

뭔데?

너 내가 왜 형사가 된 줄 알아?

언젠가 누군가가 나한테

넌 누구냐고 묻는 순간에

내 손에 든 게 총이길 바랐거든

나를 쏘든, 그를 쏘든

무슨 소리야 그게

형님이 누군데

은섭이가 은섭이가 아니던 날

그 황제라는 신원불상자랑 통성명했어

통성명?

그 신원불상자가 자기 이름을 이야기했다고?

아니 내가 불러봤지, 내가 기억하는 이름을

이곤

근데 맞더라

여기 있어서 이쪽에, 니옆에

그 세계에서 네가 나를 못 찾은 이유가

 

나였어 강신재

 

여기까지는 팩트고 내가 누군지는 아직 모르겠어

여기에 있었구나 형님이

여기에 있어서

 

여기가 맞을까?

너는 나 환영해줄래?


넌 뭘 읽고 있니?

아서왕이요

고귀한 피를 가진 자가 검을 뽑아 왕이 된 이야기에요

고귀한 피만이 왕이 된다?

참 나쁜 동화구나

고귀한 피가 아니라

제대로 검을 쓸 줄 아는 자가 검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악인이 뽑으면요. 정의롭지 않은,

 

정의가 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검이 만드는 것이 곧 정의란다

 

아저씨의 세상에는 뭐가 자꾸 바뀌어있네요


자꾸증거가 남으면 안되니까

다른세계에서 온 누군가의 흔적이 ,이세계에

그거 아십니까?

폐하의 글을 폐하 외에

그렇게 함부로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정 형사님은

하실 수 있으신 겁니까

뭘요?

역적이림을 잡고 난 그다음 말입니다

두 분의 세상은 다릅니다

두세 계를 왔다 갔다 하실 겁니까

 

폐하께서는 한 나라의 황제십니다

황후가 되실 분을 만나셔야 합니다

이곳에 모든 것을 버리고

대한제국의 황후가

될 수 있으신 겁니까

두 세계를 비밀에 부치고

영원히-




자네, 잘 있었어?

이번엔 많이 늦었네

아주 멀리에서 오느라

생각해보니까 내가 꽃도 한 송이 안 줬더라고

그래서 우주를 건너서 왔지

근데, 나 지금 다시 가야 해

간다구?

맞다, 이 말도 아직 안 했더라고

 

사랑해

자네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어

어느 순간 내가 눈앞에서

사라진 듯 보일 거야

그렇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멈춘 시간을 걸어가는 것뿐이야


The King : The Eternal Monarch 


 

© な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