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네, 김우진입니다
어디십니까, 말씀하십시오
용건 없으시면 끊습니다
심덕?
당신 맞죠?
어디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요
아무래도 당신 없인 안 되겠어요
나 동경으로 떠날 거예요,
당신이랑 같이
나는 이제 좀 쉬고 싶어요
정말이지, 너무 지쳐 버렸거든요
그런데 그럴 수가 없어요
당신이 너무 그리울까 봐 두려워서
그렇다면 쉬어도 돼요
난 선생이 삶으로부터
도망친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선생은 살고자 했던 겁니다
가장 자신다운 삶을 살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뿐이에요, 선생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 볼 생각이에요
설령 그 삶이 곧 생의 종말일지라도
그러니 당신도 편히 쉬어요, 내 곁에서
다 썼어요? 심심해 혼났네
나도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시를 한 편 지어 봤어요
들어 볼래요?
좋아요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여기까지
그 이상은 도무지 떠오르질 않아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우에 춤추는 자도다
성덕아
장롱 아래 서랍 보면
돈 얼마 있을 거야
그거 엄마 드려
언니가 드리지 않고서
네가 먼저 가니까
언니는 언제 오게?
늦겠다, 얼른 가 봐
알겠어
그럼 나 먼저 간다,
언니도 얼른 와
성덕아, 잘 가
기억나요?
경성에서 마지막 순회공연 마치고
댄스 홀에 갔던 거
당연히 기억하죠
거기서 당신이 다른 남자랑 춤을 췄거든
오늘은 당신이랑 출게요
잊지 못할 너의 이름 내 가슴속 깊이
깊이 들어온 너의 이름 그리워라
가슴에 불 지르고 마음에 끄지 못할
사랑의 불꽃을 준 잊혀질 새 없이
이내 맘 그리워라
아, 죽을 그때에도 너의 이름 부르련다
살아 있을 동안도 이내 맘 그리워라
죽을 그 시간까지도 너의 이름 그리워라
내 가슴에 불 지르고 마음에 끄지 못할
사랑의 불꽃을 준 심덕
당신은 지금 살고 있소?
아니오, 그러나 死를 바라고 있소. 참으로 살려고.
The Hymn of Death
생의 끝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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