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이제 좀 진정됐어요?

아, 네

우진 씨는 아프죠?

난 괜찮아요

 

괜찮긴, 이렇게 다쳐 놓고





허튼짓하지 말라 그리 일렀거늘

광대 같은 녀석들과

어울려 다니며 글을 써?

네가 아주 제멋대로 살고 있었구나

 

송구합니다

 

네 하는 짓이 괘씸해

모두 당장 내쫓고 싶었다만

네 체면을 생각해

이 아비가 간신히 참았다

아무런 연통도 없이

저들을 우르르 끌고 온

연유가 대체 뭐냐

우진아, 넌 우리 가문의

장남인 동시에 가업을

이어갈 후계자다

아비가 한 번 더 당부하마

문학이니 조국 독립이니

그런 것에 눈길도 주지 말고

그저 아비의 일을 이을

생각만 하거라

예, 아버지


하지 말았어야 될

사랑 때문에 괴로운 거라면

헤어지면 그만이잖아요

근데 왜 이런 선택을,

 

이별 후 평생을 견뎌야 할

그리움이 두려웠던 거겠죠

 

잊지 못할 그리움 같은 건 없어요

잘 살아요, 우진 씨

심덕 씨도 잘 사시길


언젠가 내가 여기서 노래하게 되면

우진 씨가 날 지켜봐 줄래요?


우진 씨

우진 씨 맞죠?

심덕

잘, 지냈어요?

잠깐만 시간 좀 내줄래요?

시간 오래 안 뺏을게요, 잠시면 돼요

그러니까 우리 어디 가서 잠깐,

 

우선 옷부터

밟으면 위험하니까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당신 모습 참 멋졌어요

예전에 했던 약속

잊지 않고 와 줘서 고마워요

안 떨고 잘하더군요

굳이 내가 지켜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제 무대 위에 서는 건

떨리지 않아요

근데, 당신을 보니까 떨렸어요

당신이 나를 보고 있어서

그리고 당신이 가 버릴까 봐

잊겠다 마음먹으면 잊을 줄 알았어요

그리고 잊은 줄 알았어요

근데, 관객석 뒤에 서 있는

당신을 보고 깨달았어요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다는 걸

잊을 수 없거든 그대로 둬요

나도 그럴게요




혼담이 들어왔어요 아주 부자래요

그래서 내 동생들 유학도 보내 주고

외국에서 쓸 생활비도 보태 주고

우리 집 생활비도 다 대 줄 거래요

그 정도로 내가 좋대요

내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면

당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돈, 마련해 줬겠죠

그리고 난 당신의 돈을 손에 쥔 채

자괴감에 시달렸을 테고요

말해 줘요 부모님이며 동생들이며

어찌 살든 내버려 두고

나랑 어디론가 멀리 가 버리자

한마디만 해 줘요 얼른 말해 봐요

이렇게 잡고서, 가지 마

당신 없이 살 수 없으니

당장 그 마음을 거둬

가지 마, 해 보라고, 제발



The Hymn of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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