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토스트 먹을래? 내가 했는데
소스 뭐 발라 줄까?
아니야, 됐어
꿍이 식빵 여덟 개 태워 먹는 동안
나는 빨래하고 청소하고 허리가 휘고
너는, 어, 자빠져 자고, 어?
깨우지 그랬어?
일어나라고 내가 뺨까지 갈겼는데
계속 자던데? 잠자는 공주인 줄
공주, 공주, 공주
공주는 입맞춤을 해야 깨지, 응
했는데
근데
얘들 먼저, 이름 먼저 지어야 돼, 이름
얘는 자아를 잃어버린 소년
얘는 감정 없는 깡통 공주
얘는,
그, 그, 이름이 아니지 그거는, 이름이
강, 문강태, 문상태 이런 게 이름이지 그건 이,
이름이 아니야
뭐, 이따 괜찮으면 같이 드라이브 갈래?
진짜 짜증 나게 할 거야?
왜 짜증이 나지?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나 방에 가 있을게
오빠, 진짜 싸워 볼래?
강태가 싸, 싸우면 안 된다 그랬어
같이 참, 참, 참으면서 지내야 된다고
나 가
간만에 알베르토 타고
바람이나 쐬러 갈까?
1순위, 2순위가 안 놀아 주니까
아쉬운 대로 3순위다 이거냐?
또 삐졌냐?
강태야, 너 그거 아니?
너 겁나 백여시 같아
아쉬울 때만 목소리 착 내리깔고
젖은 눈깔로 사람
애간장 후벼 파고는, 어?
간, 쓸개 다 빼 먹고 바로 쌩까고
이 이기적인 새끼야
백여시?
달콤한 사탕에 개미가 꼬이듯이
고독한 강태를 노리는 여인들의
추파가 시작되려 하오니
속히 저희 피자집으로 강림하시옵소서
에이씨, 비켜, 안 비켜?
이 개미 년들 다 뒈졌어, 씨
자, 골라 먹는 피자
너처럼 달달한 단호박 토핑이
올라간 이것부터 잡숴 봐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형이랑 계속 회의하는 거 아니었어?
회의가 중요해?
널 노리는 개미들이
드글드글하다는데?
빨리 먹어,
이 개미 소굴에서 나가게
지금 먹기 시작했어, 기다려
난 저런 애들이랑
동물이 제일 싫어
왜?
말이 안 통하는 막무가내에
귀찮게 떼만 쓰고
사랑해 달라 조르기나 하고
그래서 좋던데, 난
말이 안 통하니까 신경 쓰이고
귀찮게 떼쓰니까 귀엽고
사랑해 달라 조르니까 애틋하잖아
너처럼
난 네 애 안 낳아
기대하지 마
내 새끼한테까지 질투하기 싫어
가까이 와 봐
더
엄마는 뭐,
아무나 되는 건 줄 알아?
생각해 봤는데
너 닮은 아들이면 괜찮을 거 같아
나 질투 안 할 자신 있어
아들 딱 하나만 낳자
제발 앞서가지 좀 마
아, 왜!
아들 하나만 낳자, 낳자니까?
낳고 싶다고!
애 낳자는데 왜 협조를 안 해?
협조해, 협조하라고!
조용히 안 해, 정말?
신랑이 협조를 안 하나 봐
한창 깨가 쏟아질 텐데 왜 그러지?
신랑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저런대?
애 타령 그만하고
가서 우유나 가져와
놔
우린 언제 같은 방 써?
같은 방을 왜 써, 형 있는데
놔 봐
다녀왔습니다!
야, 놔, 놔, 놔, 빨리
오빠! 우리 여기 있어!
알았어, 이, 이따 놀아, 이따
내 방에서?
그래, 네 방에서
기다릴게
머리 말릴 틈도 없이 냉큼 왔네?
일로 와 앉아
하여튼 고분고분한 맛이 없어
뭔 놈의 술이 이렇게 많아
형 오늘부터 원장님 상담,
지금부터 그놈의 형 소리는 금지
어기면 원샷이야
넌 이제부터 욕설 금지
어기면 원샷이야
콜
에이, 씨부럴 대가리 존나 아파
왜 이렇게 어지러워 썅
입에서 뱀 나오겠다
진짜, 좋아
너랑 오빠랑 이 집에 와서
너무 좋아
잘 자
그 아, 아줌마, 아줌마 옷에
나, 나, 나비가, 나비가 앉았어
오, 옷에, 옷에, 옷에 나비가 나비가 앉았어
그 나비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
예, 기억나, 예
어, 엄마, 엄마 나비가 있고
어, 엄마 나비 등에 작은
새, 새끼 나비가 업혀, 업혔어
예, 두, 두, 두, 두 마리, 두 마리
어, 엄마, 그리고 새, 새끼 나비
이렇게 두, 두 마리, 어
재밌더라, 네 책
나도 알아
아버지 얘긴 들었지?
얼마나 살아?
아니, 언제쯤 죽어?
내일 돌아가신대도 이상하진 않아
의사들 뻔한 레퍼토리 지겨워
있잖아, 너만 괜찮으면
시간 될 때 나랑 같이
아버지 산책시키는 건,
주리야
응?
나, 그러기 싫어
오빠, 우리 강태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같이 가자
고, 고, 고문영
어른을 봤으면 이,
인사부터 해야지, 인사, 어?
안녕하세요
너희들 셋이 그러고 있으니까
꼭 진짜로 가족 같다
아줌마 질투 나려 그래
아, 아, 아니요, 아니요
엄밀히 따지면 가족은 아니지
나랑 강태는 문, 문씨고 얘는...
어, 네가 무슨 씨지? 어, 고, 고씨고
고씨고, 문씨고
서, 성도 다르고 호, 호적에도 없고
가, 가족은 아니지만
그냥 가족 같은 사이지, 가족 같은
같은 호적에 올라야만 가족인 줄 알아?
가족은
어?
가족은!
가족사진을 찍으면 가족이 돼
가족사, 사진?
그래, 가족을 증명하는 건
형이랑 먼저 들어가
나 오늘 나이트 근무까지 서야 돼
그래?
그럼 내일은 쉬겠네? 잘됐다
내일 오빠랑 셋이 가족사진 찍으러 가자
내가 벌써 근사한 스튜디오도 예약해 놨어
가는 길에 테일러 숍도 들러서
슈트도 몇 벌 사고
다음에
응?
다음에 찍자
내일 말고
예약했다니까?
취소해
싫어
마음먹었을 때 내일 찍자
정식으로 사진을 찍어야
그게 진짜 가족이 되는 거라고
가!
제발 좀, 그냥 가, 제발
나 일해야 돼
아예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걸
너무 잔인하지 않아요?
나 이제 겨우 좀 숨이 쉬어지는데
이제 남들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졌는데
그 빌어먹을 나비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바닥을 기면서 살아왔는데
근데 그 나비가 어떻게
그 여자 엄마일 수가 있어?
만나면 정말 찢어 죽이고 싶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요
우리 엄마랑 형한테 미안해서 어떡해요?
형한테 대신 싸워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내가 도망치지 말자 그랬는데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나처럼 괴롭지 않게
문영이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아무 상처도 안 받고
남의 감정 따위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속이 텅 빈 깡통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쁜 옷 입었는데
이쁜 옷 입었는데, 이쁜 옷
이거 6시 50분이면
엄청 일찍이야, 엄청 일찍
왁스도 아침에 바르고
어저께, 어저께
어저께 멋진 연습도
많이 했는데 어저께
어떡하지, 어떻게 하지?
가자, 오빠
어?
가서 우리 책에 쓸 사진이라도 찍자
괘, 괜찮아? 어? 기, 기분이 안 좋아?
내 기분은 늘 안 좋아, 신경 쓰지 마
우리, 우리 책 작가 소개에
내 사, 내 사진 진짜 오, 올라가?
당연하지, 오빠도 작가인데
어, 작, 작가니까
어제, 어제 엄청 연습, 엄청
연습했어 멋진 표정, 엄청
어디 보자
하, 하, 하나, 하나, 둘, 셋
오빠
어
그거 다 가짜야
억지로 애쓰지 마
그냥 편한 얼굴로 가만히 있어
그게 진짜 문상태지
지, 진짜 무, 문상태?
여자분은 의자에 앉아 보실게요
네, 남자분은 옆에 서 계시고
자, 좋습니다
자, 앞의 카메라 보시고, 찍겠습니다
자, 하나, 둘
어?
잠깐, 잠깐, 잠깐, 잠깐만
내, 내, 내 동생, 내, 내 동생
내, 내 동, 내 동생 내 친동생, 친동생, 예
아직, 안 늦었지?
네, 가족사진이니까 즐겁게
자, 가겠습니다
자, 찍겠습니다
웃으시고 네, 갈게요
자, 하나, 둘, 셋!
제가 어떻게 붙어 있을 수 있었는지 아세요?
걔 마음을 전혀 몰라서강태 걔는 자기 마음을
꽁꽁 숨기는 애예요
그런 애 속을 억지로 벌려서 파헤쳐 봤자
좋은 게 나올 리 없거든
그냥 조용히 옆에서 다독여 주는 거지
제가 하는 건, 그게 다예요
걔가 부모한테 어리광을
부려 봤겠어요 떼를 써 봤겠어요?
이리저리 치이고 억누르며 살다가
갑자기 어른이 돼 버렸는데
그런 덜 자란 애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
부모도 자식 속을 모르는데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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