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생의 끝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


심덕!

동우회?

 

조선에서 온 유학생과 고학생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에요

이번 여름 방학 때 조선에서

공연을 해 달라고 우리한테 요청했고요

그 공연의 목적이 뭐죠?

동우회 회관 건립을 위한

기금 모금이 동우회의 목표

우리의 목표는 조선 사람들에게

신극과 양악을 널리 알려

우리 민족을 계몽하는 것

그거 혹시 위험한 거 아니에요?

영 안 내키는데

일단 한번 와 봐요

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


사랑은 자기에게로의 획득이다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다

 

아리시마 다케오, 난 동의 못 해요

어떻게 아낌없이 빼앗는 게 사랑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것

그래서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게

진정한 사랑이죠

근데 왜 조선말로 읽어요? 일본 말로 된 책을?

그건 기척도 없이 불쑥 들어온 이유를

들은 후에 답하겠습니다

어, 아니, 난 그냥 문이 열려 있길래

열어 놓은 적 없습니다

멋대로 들어오라고 한 적은 더더욱 없고요

고귀한 독서 시간을 방해해 죄송하게 됐군요

나가 드리죠

어? 일찍 왔네요?

서로 통성명은 했습니까?

아, 아직 안 했구나?

아, 이쪽은 윤심덕, 올해 스물다섯이고

우에노 음악 학교 성악과 재학 중

저쪽은 김우진 아, 올해 스물다섯이고

와세다 대학교 영문과

그리고 보니까 두 분 서로 동갑이네요?

반갑습니다

난 별로

연기를 곧잘 하신다 들었습니다

신극 공연에도 섰었고

그래서 심덕 씨가 우리와 함께

신극 공연을 하면 좋겠는데

거절할게요

그런 일에 시간 낭비할 만큼

한가하지가 않아서, 그럼

조선 사람이라면

조선을 위해 뭐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조선 사람이라 안 하겠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죠?

나 관비로 겨우겨우 유학 온 사람이에요

괜히 그런 거 하다가 나 소프라노 못 되면?

당신이 내 인생 책임질 거예요?

나 하나 잘 살자고 내 나라를 외면합니까?

나라가 그 모양인데 나라도 잘 살아야죠

뭐, 뜻대로 하시죠

어차피 성악 전공이라

연기를 아주 잘할 거란 기대는 안 했습니다

 

그럼 잘 사시게

할게요, 공연

단, 조건이 있어요



여기 국수 하나 말아 주세요 

나 국수 먹는다고 안 했거든요? 

내가 먹을 겁니다

여기 국수 하나 말아 주세요 

농이에요, 심덕 씨 먹어요

근데, 아깐 왜 그리 급하게 나갔어요?

 

배고파서요

 

이 가게는 어떻게 알고 왔어요?

동경에 있는 조선 사람 중

여기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쩝, 하긴

그럼 천천히 먹고 가요

잠깐만 기다려요 

다 먹고 할 말 있어요


어머니 기일이라 며칠

두문불출했을 뿐이에요

사람들한테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아프다고 했고요

다섯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새어머니가 세 번 바뀌었어요

워낙 어릴 때 헤어져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흐릿하지만

그 희미한 기억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며칠간 오롯이 어머니 생각만 하는 겁니다

뭐, 아프다고 오해하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이니까 심각할 필요 없어요

누군가 날 그리워해 준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에요

그러니까 우진 씨 어머니도

분명 행복하실 거예요

아, 그리고 아까 그 시 말이에요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어요

우진 씨가 쓴 글

혹시 희곡도 써요?

희곡은 아직

 

그럼 희곡 한번 써 봐요

우진 씨 신극 좋아하잖아요

왜 대답이 없어요?

희곡은 싫은 거예요?

좋아해요

네?

희곡요, 좋아한다고요

근데 죽 맛은 어땠어요?

내가 맛볼 땐 괜찮던데

 

난 별로

 

뭐예요, 기껏 해다 줬더니

심덕 씨 한번 따라 해 봤습니다

'난 별로'



처음엔 우진 씨가 무모해 보였어요

이기지 못할 무언가에 부질없이

덤비는 거 같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설령 우리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

뭔가 시도를 한다는 게 중요한 거죠

고마워요,

내 생각이 바뀌게 해 줘서

나도 고마워요,

내 진심을 알아줘서

청춘
아, 청춘은 머물지 않아라
흐르는 물같이도 서늘하게
지는 꽃같이도 애달프게
사람의 청춘은 간다



큰 사이즈:)




The Hymn of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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