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너, 이씨... 나한테 상의도 없이

그 여자 집에 쏠랑 들어가 놓고

이렇게 나타나면 내가 아주 좋아할...

여보세요? 네

나중에 얘기하자

 

나중에? 나중에 언제?

야, 야, 야, 나 기다린다? 어? 야!


넌 날 닮아서 긴 머리가 잘 어울려

절대 자르지 마

지겨운데

엄마 말 잘 들어야지, 대답해

 

네, 엄마

제발, 살려 줘


자르고 싶은데

잘라지지가 않아

뭐가?

엄마


놔, 이거 놔! - 빨리 가

진짜 죽고 싶어?

그래, 나 죽고 넌 살자

그러니까 이 집에서 나가야 된다고

지금 뭐 하는 거야!

 

삼자는 빠져

나랑 문영이 우리 둘 사이의...

이제 좀 떨어지죠


혼자 있을 땐 문 잠그고 있어

아무나 들어왔다가...

해코지당하겠니? 내가?

해치면 해쳤지

그래도 잠가

방심이 무서운 거라며, 네가 그랬잖아

해열제

열받을 때마다 이딴 거 먹었으면

난 벌써 약물 중독이야, 약으론 못 식혀

 

그럼 바람으로 식혀


음, 맛있어

내가 아픈 게 아니라

고픈 거였네

먹으니까 눈에 살기가 살살 도는 게

이제 좀 살 거 같아

안 익었어

 

괜찮아, 속에 열이 많아서

난 먹이 앞에선 제어가 안 돼

먹어도 먹어도 배고파

속이 텅 빈 깡통이라 그런가?

미안, 그때 내가, 헛소리했어

 

사실인데, 뭐

아니, 너 깡통 아니야

아니면?

뭐, 깡패?

먹어, 탄다

그런데 넌 왜 안 먹고 계속 나만 줘?

아, 별로 배가 안 고파서

여자랑 자 봤어?

아직?

갈매기살 먹다 말고

무슨 헛소리야?

당최 욕구란 게 없잖아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매사 시큰둥

시큰둥이 아니라

아니라 뭐?

참는 거야

왜 참아?

누구나 너처럼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진 않아

참지 마

그게 뭐, 어려워?

니 안전핀,

내가 뽑아 줄까?

궁금해, 네가 안 참고

터지면 어떻게 될지


근데 우리 왜 걸어?

 

어? 경치 좋은 데 걸으면 좋잖아

머리도 맑아지고, 기분도 나아지고

그래? 난 다리만 아픈데

시간도 아깝고

아, 그럼 갈까?

 

업어 줄래?

어?

 

형이 집에 잘 가고 있나?

아, 혼자 잘 가네

안 돼!

그러니까 나한테만 집중해

알았어, 줘

빨리 내놔, 그만해

나 품은 거야?

어, 주리야

 

고문영?

과감하신 내 동거인이

난감한 상황에 처해서

내가 대신 받았어, 왜?

 

아니, 오늘 갑자기 오프를 냈길래

아, 아 나랑 놀려고 하루 쉬었어, 끊어

 

나 때문에 걱정돼서 병원까지 짼 거야?

열 식혀 준다고 데리고 나와서 데이트까지 하고?

누가 데이트래?

그럼 오늘 이건 다 뭐야?

썸이야?

간본 거야?

찔러봤니?

데리고 논 거야?

좋아, 사귀자

꺼져

뭐?

 

꺼져

너한테 그 소리를 몇 번 들었는 줄 알아?

어젯밤에도, 예전 그날에도

그래서?

어젯밤엔 그 소리가

가지 말란 소리처럼 들렸어

예전엔 도망쳤지만,

오늘은 같이 있어 줘야 될 거 같아서

그게 다야


왜?

 

아니야

어제, 악몽을 꿨어

내 악몽엔 늘 엄마가 나와

그 꿈을 꾸고 나면

기분이 진짜 엿같아

 

근데 오늘은, 썩 괜찮아


왜? 뭔데 사람 성질도

못 내게 분위기를 잡아 대

너도 누워

 

재수야

왜?

우리 엄마도 저 위에서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을까?

가슴 치면서 후회하고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냐?

응,

아니

어머니!

우리 강태한테 왜 그랬어요, 왜!

상태 형만 아들입니까?

뭐, 아픈 자식만 자식이에요?

왜 애를 차별해서 애가 덜 크게 만들어요, 왜, 왜!

미친놈

 

거기서 딱 60년만 기다려요

제가 어머니 만나면!

아주 그냥 콱 씨...

아주 그냥 뭐?

아이고, 세상 어미 다 죄인이지

아무리 그래도 너희 엄마는 좀 봐드려

그 시절에 남편 없이 여자 혼자 애 키우는 거?

하이고, 딸 하나 둔 나도 골백번은

도망치고 싶었는데

너희 엄마는 사내애를 둘씩이나 건사했어

거기다가 상태 걔는 또 좀 유별나?

네가 여태 형 보호자로 살아 봐서 잘 알 거 아니야?

그게 얼마나 힘들고 막막한지

자! 우리끼리만 한잔하십시다!



왜 이제 와!

왜 여기서 자?

네가 기다리라며, 이씨

술 마셨어? 누구랑? 설마 호박씨?

호박씨 말고

양계장집 아들 조재수 씨랑

환갑 넘은 우렁 각시님

인터넷 정모 했니?

정모

얘 취했네

아, 아깐 좀 취했는데

택시 기사님이 밤엔 여기까지 절대 안 간다고

여기 무섭고 재수 없어서

원래 안 가는 데라고 중간에 내리라잖아

그래서 한참 걸었더니 술이 좀 깼네

그럼 나랑 더 마시자

아, 됐어, 지금 딱 좋아

난 마시고 싶은데

안 돼, 넌 적당히가 없잖아

나도 취하고 너도 취하면

큰일 나

 

왜?

내가 덮칠까 봐 겁나?

적당히 까불어

 

너 나 때렸냐?

넌 칼로 그었지

취하니까 잘 받아친다?

안전핀 확 빼 버리고 싶다

눈 감아 봐

눈은 왜?

감아 봐, 얼른

치,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자, 눈 떠

뭐야, 이 거지 깽깽이 같은 건?

악몽 인형

잘 때 손에 쥐고 자면

얘가 이 망태 바구니에 악몽을 담아서

밤새 먹어 치워 준대

그럼 편하게 잘 수 있어

 

유치하게

오늘 집에서 가져온 거야

원래 우리 형 거거든

뭐야, 중고야?

한 땀 한 땀 내가 만들었어

핸드메이드라면 뭐, 음

 

얘 이름은 망태

설마, 강태, 상태

그래서 망태는 아니지?

우리 삼 형제거든

소름

사실은, 우리 형도 너처럼 악몽을 꿔

엄마 돌아가신 날, 그때부터 계속

형이 괴로워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

고작 이딴 인형 하나 만들어 보는 거밖에

 

뭐, 자세히 보니까 귀엽네, 응

탐나?

어, 뭐, 탐나, 응

그래, 잘 자

망태


형 자?

진짜 자?

 

아, 술 냄, 아, 술 냄새 소, 소, 속상해, 아, 속상...

술 냄새, 아유, 술 냄새!

형, 우리 언제 짬뽕 먹으러 가자

엄마랑 셋이 갔던 데

시장통 입구?

어, 형이 거기 짬뽕 좋아했잖아

아닌데, 네가, 네가

네가 좋아했는데, 네가

아니야, 형이 맨날...

 

땡초 넣고, 홍합 넣고

국물이 끝내줘요

'맨날 맨날 먹고 싶어, 엄마'

이렇게 졸라 갖고 엄마가 맨날

그, 자, 장날 때마다 그, 짬뽕 사 준 건데

매, 매운데 맛있어, 맛있어

강태야, 빨리 와, 비 오잖아

이쁜 내 새끼

엄마가 많이 미안해



이 망할 영감탱이

나한테 말도 없이 수업을 없애?

아씨, 저 영감이 약을 먹었나 왜 이렇게 빨라

 

고문영 선생님!

잠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저랑 같이 병실로...

미안해요

내가 귀찮게 해서 곤란했죠?

곤란 정도가 아니라, 잘렸어요, 나

어떻게 보상할래요?

 

비싼 거네? 탐난다

그, 그, 그거는...

이거 나 줘요, 아줌마

미안하다면서

그럼 보상을 해야죠

그게 진정한 사과 아닌가?

 

가져요

난 충분히 오래 멨어

생큐

보호사님

이제 좀 어깨가 가볍네요


잘했어, 고문영

뭐가?

네가 끊을 수 있게 도와줬잖아


너도 너희 엄마처럼 될 거야

절대 못 벗어나

아니, 난 달라



너, 머리가..

나 목줄 잘랐어


다 됐어

나 어때?

이쁘다


큰사이즈:-)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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