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E02







꼭 이렇게 해야 해?
편하게 차 타고 가면 되는데

니차 안 탄다고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그럼 버스라도 타지

말 걸지 마라, 나 그냥 걷고 싶으니까

시간 참 허투루 쓴다
지금 1분 1초가 아까울 때 아닌가?

넌 시비를 걸어야 치더라도 보는구나

인간들은 참 이상해
왜 그런걸 애써 남기려고 하는 거지
어차피 보지도 못할 거

나 말고 다른 사람 보라고
종종 내가 그러거든

그럼 죽기로 결정한 거네

원래 너 같은 것들은 너밖에 모르지

내가 얼마나 남밖에 모르는 놈인지 넌 몰라
지금도 봐 뺨 맞고 너 살려주겠다고 달려온 거

시간 간다

익숙해져 나랑 걷고 싶으면

이거 니가 그런 거야?

내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나 때문에 그런 거니까

혹시 저것도?

때때로, 맞아

어떻게 이렇게 살지

난 살아있지 않아
그냥 존재하는 거지

난 그냥 멸망의 버튼이야
내 걸음 한번, 내손짓한번, 내 숨 한번
네모던 것이 멸망으로 이어져
난 그걸 위한 존재야

아무것도 안 하면?
니가 아무것도 안 하면

지옥이 펼쳐지지

얻는 게 잃는 게 있다
살면서 내가 얻은 건
전부 내가 이룬 것들로 이룬 거다
그 말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
겨울이 있어야 봄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도 있고
죽음이 있어야 탄생도 있다

뭐 그런 거지?

그러니까 니가 겨울이고, 어둠이고, 죽음이고

그래

니 말대로 너 정말 남밖에 모르는 놈이었구나
하필 지밖에 모를 때 나한테 와가지고
근데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해?

좋아서 계속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 아프게 해준다고 했으니까

내 생각할만하네
도대체 어떤 인간이 하필
그 순간 그런 소원을 비나했더니

그게 왜 니 생각인데

멸망이 곧 나니까
같은 시간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한사람,
너밖에 없었어
고맙게 생각해, 여러 의미로

안 되겠다

같이 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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