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E15
사진전 제목이 '세계의 끝, 문'인데요
그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 여행을 다니면서
지구는 참 둥글다고 느낀 게
나라의 끝은 있어도
세계의 끝은 없다는 거였어요
다른 세계가 펼쳐질 뿐이죠
비행기 문이든, 공항 문이든
문을 열어야, 어,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는 거잖아요
사람도 비슷한 거 같아요
사람은 저마다의 세계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세계가 온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내가 마음의 문을 열면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러운 발견이었어요
풍경과 인물 두 주제를 포괄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풍경 사진작가로 더 유명하신데
이번 전시회에는 인물 사진이 많이 보였어요
음, 인물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 지금까지 누군가를
애정 있게 본 적이 없어요
뭐, 기본적으로 냉소적이기도 한데
사랑 같은 건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는
신기루라는 게 제 상식이었거든요
근데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상식이 깨졌어요
전시된 인물 사진의 대개가
사랑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최근에야 사람이, 사람이 하는 사랑이
사랑스럽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뭐예요?
자화상요
애정 없는 것들은 찍지 않는다는 철칙은
저한테도 유효해서
지금까지 제 사진을 찍은 적은 없거든요
돌이켜 보면 한 번도 진심으로
스스로를 사랑해 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비로소 저 자신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서
이 사진을 찍을 용기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More Than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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