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E15


언닌 왜 그런 얘길 해 가지고 
사람 신경 쓰이게 만드는지 모르겠네
모닝그룹 얘기만 나오면 
완전 발작 버튼이에요
체급도 막 생각 안 하고 막 덤빈다니까

서달미 씨도 지는 거 싫어하잖아요

싫죠, 근데 그건 감정이잖아

난 대표니까 이성으로 판단해야죠

오, 이제는 멘토 해도 되겠어요

저, 상무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혹시나는 없습니다

그, 그래도 우리가 만에 하나
진짜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입찰을 딸 확률이,

없어요

없는 가능성에 도전하는 거
지금 단계에선 전략 낭비,
리소스 낭비밖에 안 됩니다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 
음식은 다 드셨어요? 

응, 아, 할머니한테 음식 좀  
그만 싸서 보내라 그래요 
냉장고가 터지기 직전이야

할머니 좋아하시겠네요
상무님 살찌우는 게 
요즘 할머니 유일한 낙이거든요

어, 저기, 내가 들게요
차에다가 실을 거죠?


차 몇 층에 댔어요?

지하 4층요
아, 할머니가 물어보래요
상무님 무슨 반찬 좋아하는지

아, 진짜 됐다니까
체지방이 지금 무지막지하게 늘고 있어요

할머니 목표가 상무님 체지방 
20%를 넘기는 거예요

체지방 20%면 돼지를 이겨요

진짜?
돼지의 체지방이 20%가 안 돼요?


안 타?

어, 타

몇 층?

지하 4층요

콩자반

 

네?

다음번에는 할머니한테 
콩자반 좀 해 달라고 해 줘요
나 콩자반 귀신이거든

 

아, 네, 그럴게요

어? 이거 왜 이러지?

고장인가?

네, 여기 샌드박스 본관 엘리베이터인데요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요

본관요? 네, 지금 갈게요

아직 멀었나?

그러게요,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달미야

응?

우리, 그, 자율 주행 플랫폼 입찰
한번 해 보자

아, 알잖아
우리 수준으론 너무 벅차
그리고 가능성도 별로 없고

알아, 될 거라고 생각 안 해
그래도 한번,

근데 왜 하지?

그래도 한번 해 보자고 하기에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해야 되는데

그래서 해 보자는 거죠
한번 해 보면 다음은 

좀 더 쉬워질 거 아닙니까

저기… 

연습을 해 보자?

다른 일 다 접고 제안서 작성에 
스마트 시티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에 
언론전에 기술 평가 준비까지  
다 연습으로 해 보자? 
그렇게 시간, 노력  
다 쏟아부었는데 떨어지면?

떨어지면 경험이 되겠죠
한 번에 되는 사업이 어디 있습니까?
경험을 쌓는다 생각하고,

그건 경험이 아니라 삽질이죠

삽질요?
그래요 여기저기 파 봐야 어디가 
좋은 땅인지를 알죠
일단 파 보고 그다음에,

순서가 바뀌면 죽는다니까?

전에도 말했지 않습니까
지도 없이 배 타면 죽는다고
태풍을 만나든 죠스를 만나든 죽는다고
잊었어요?

어떻게 잊어요
당연히 기억하죠
지도 없는 항해
근데 난 그 항해가 꽤 근사했어요
실패했지만 후회는 안 해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봐요, 남도산 씨

알아요
상무님 말대로 지도 없이 떠나면
 죽을 수도 있죠
근데,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길을 만들죠 


남도산 씨

네?

나 당신한테 돌려받고 싶은 게 있는데

뭘요?

편지, 그거 아직 갖고 있죠?
그때 내가 옥탑에 두고 간 거

그거 나한테 온 겁니다
이제 당신이 갖고 있을 이유 없잖아
돌려줘요

 

상무님도 제 물건 갖고 있으시잖아요

내가? 당신 물건을?
이봐요, 남도산 씨

나는 누구와는 달리 성격이 깔끔해서 
남의 물건을 그렇게 함부로,

 

금전수

그거 달미가 저한테 준 겁니다
돌려주시죠

그럽시다
각자 자기 거 돌려받읍시다, 깔끔하게

네, 좋습니다

언제 드릴까요?

지금

지금요?

왜요, 싫습니까?

아니요, 좋습니다, 가시죠




어디입니까?

집입니다

어디서 만날까요

화분 필요 없어요
편지 얘긴 없던 걸로 하고요

뭐요?
이봐요, 남도,

남도산 씨
남도,

야!

씨…


도산이 집에 있냐?

네, 아버지 오셨어요?



아니, 한 상무님이 왜…

아, 전화를 계속하는데 안 받더라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무작정 와 봤는데
아, 마침 아버님을 만났네요 
아유,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누구

아, 도산이랑 각별한 사이라고

멘토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진작 찾아뵀어야 되는데

아니, 상무님이 
왜 우리 부모님을 찾아봬요

도산이 네가 뭐 드릴 게 있다며

없는데요

있잖아요

자, 어유, 어유, 떨어진다
아, 이, 서로 교환하기로 한 걸 
깜빡 잊었나 보네요
자주 깜빡해요

아니, 아, 안 잊었어요

어머, 금전수네
아유, 큼직하니 너 재벌 되라고 주시나 보다

어머니, 나무가 돈을 벌어다 주진 않죠

말본새 참,

식사는 하셨나?

괜찮아요

안 했습니다

혹시 약주 좋아하시나? 약주
아니, 내가 이거 뭐, 자랑은 아니고
이거 내가 직접 다니면서 
다 캐 가지고 담근 건데, 어?
저기도 좀 있고
여기도 좀 있고, 어?
가만있어 봐, 여기는, 어
땅의 기운을 한껏 품은 칡주
달달하니 뭐, 언제 취했는지도 
모른다는 꾸지뽕주
면역력에 좋은 인삼주
소화가 잘 안되신다고? 매실주
남자들은 다 아는 변기 깨질라
야관문까지, 여기 종류별로 다 있는데

아이, 전, 전 됐습니다
그, 술은,

예, 술 못 마셔요
주사 있어요

주사는 없습니다
저는 술버릇은 깔끔해요 
누구와는 다르게

나도 깔끔한데


자, 건배!

건배

아버님

아이, 난, 난 됐어요 
난 여기, 그만, 여기까지

아, 상무님, 배부르죠?
그러면 우리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매실주!

 

사장님, 매실주

여보, 우린 들어갑시다
보니까 밤새울 분위기야

그러게요, 그럽시다
둘이 아주 각별하네

가요

매실주

자, 자, 여기
여기 매실주 이거 뚜껑 따서 먹고
야관문은 건드리지 말아, 잘해

감사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야관문은 안 돼

이야, 이것도 못 따고, 참,

아, 이게 왜 안 열리냐, 이게

이리 줘 봐요, 예?

이거 내가 따 주면
편지 돌려주는 겁니다

 

예?

참, 이거 하나 못 따 가지고

다른 거 먹자
다른 거 좀 갖, 갖고 와 봐

상무님, 제가 진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뭐가요?

 

편지 말이에요

할머니가 그러는데
신문 보고 내 이름 썼다면서요
내가 똘망똘망하고, 착해 보여서

아니야, 아니야
그것보다, 팔자 좋아 보여서

상 받았다고 부모님한테 축하받고
사진 찍는 걸 봤는데 내 눈엔 남도산,
당신 팔자 좋아 보였어요

그래서 썼습니다

난 상무님이 그렇게 부러웠는데

뭐가 부러워
아, 내가 뭐가 부러워요, 뭐
한강 뷰 아파트? 차? 시계?

아니요, 제가 예전에 달미한테
내가 왜 좋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그러더라고요

그거야 넌,
내 첫사랑이고

그건 상무님이잖아요
그래서 또 물어봤어요

 

네 편지가 오랫동안 나 위로해 줬고

그것도 상무님이었고
그래서 또 물어봤는데
겨우, 내 거 하나가 딱 나오더라고요

손이 크고 멋있어

손이 커서 좋대요, 겨우 손 하나
그래서 아등바등 기를 썼어요

이 손 하나로, 추억 이겨 보겠다고
역부족이더라고요

알면 제발 좀 포기하지

그건 더 안 돼요

그래서, 천년만년 짝사랑만 하시겠다?


영실아

영실아, 몇 시야

영실아

오, 뭐야
아, 여기 어디야

체크다, 어? 체크야

이 체크, 삼산체크!

체크, 체크, 체크!

오, 나 토할 거 같아, 진짜로

아, 왜 다 기억나
그 정도로 마셨으면 필름이 끊겼어야지
왜 쓸데없는 거까지 다 기억나, 쯧


북엇국에 청양고추를 넣을까, 말까?
상무님 매운 거 좋아하시니?

응, 좋아할걸요?
어머니, 혹시 콩자반 있어요?

어, 파란 뚜껑 통에 있어

콩자반은 왜?

아, 상무님이 콩자반 좋아한다 
해 가지고 좀 싸 주려고

벌써 깼어요? 해장국 드시고 가세요

됐습니다, 생각 없어요

그럼 콩자반 싸 놨으니까 가져가세요
저희 집 콩자반 진짜 맛있어요

나 콩자반 싫어합니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분명히,

남도산 씨는 속도 없습니까?

 

아, 왜 갑자기 화를 내세요

편지랑 금전수는 내가 다 가져갑니다

네? 아, 그건 불공평하죠 
저희 분명 교환하기로 했잖아요

다 가져가도 내가 밑져

밑지다뇨, 대체 뭐가

남도산 씨

당신의 그 아둔함 때문에 
끝까지 우겨 볼까 했는데
안 되겠네

잘 들어요, 두 번 얘기 안 해


됐어
이걸로 충분해


잘 들어요, 두 번 얘기 안 해
나에 대한 열등감 지우고
자존감 끌어올리고
서달미 씨를 다시 봐요

그럼 바로 알 거야
서달미 씨가 누굴 좋아하는지

당신, 그 손 하나로
추억을 이겼어


어 다 왔어, 
지금 바로 가서 검토할게

근데 지금 서달미 대표가 
상무님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 동천아
나 검토는 조용한 데서 하고 싶은데
IR 자료는 메일로 보내 줄래?

상무님, 그럼 서 대표님은…

 

아, 오늘 외근인 걸 깜빡했네요
네, 네,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네
대표님, 이거 어떡하죠?
한 상무님이 오늘 외근이라

네, 다 들렸어요
괜찮아요

아, 그럼, 네 

네, 들어가세요


어, 왜

서 대표 갔고요
한 상무님이 피하는 거 완전 들켰습니다

오케이, 바로 들어갈게

진짜 못났다, 한지평

한 상무님 여기 계셨네요?

아, 조용히 검토할 게 있어서
들어가요, 안 그래도 나가려던 참인데

저 피하시네요?

무슨 얘기 할지 잘 알거든

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되게 쿨하고

근사할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이 못나지네요

괜찮지도 않고

한 상무님

하긴 뭐,

쿨하고 괜찮으면
내가 당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얘기겠지

죄송해요

나도 미안해요

이 한심한 짓을, 좀 오래 할 거 같네

저희, 입찰 참여하기로 결정했어요

네, 잘 결정했습니다


아, 헤드라인이 아주 섹시하네
자율 주행 스타트업, 해킹에 무방비 
운전자의 목숨도 해킹!
만일 기사 나가면 입찰 따내긴 힘들겠죠? 
입찰뿐입니까?
기사 나가면 이 정도 규모의 스타트업은 
존속 자체가 불가해요
그날로 매장됩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Start-Up


 

'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인왕후 E01 움짤 GIF  (0) 2020.12.14
스타트업 E16 움짤 GIF  (0) 2020.12.09
경우의 수 E15 움짤 GIF  (1) 2020.12.05
구미호뎐 E15 움짤 GIF  (0) 2020.12.05
사랑의 불시착 E01 움짤 GIF  (1) 2020.12.02
© な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