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E14
괜찮아요?
그 소리 오늘 진짜 수백 번 듣네요
아, 그래서 괜찮아요?
네, 괜찮죠
너무 다행이죠
하, 근데 제가 너무 한심해서
뭐가 한심해
펜타곤도 랜섬웨어 당하는 세상인데
그냥 운이 나빴어요
아니요, 그런 변명 안 통해
한심해 죽겠어요
시연 앞두고 백업했나 체크도 안 하고
일 터졌는데 해결도 못 하고 우왕좌왕
아, 이보다 더 한심할 수 없죠
왜 하필 이럴 때, 하필 이럴 때 와서
한 상무님도 알잖아요
제가 아무리 한심해도 이 정돈 아니잖아요
한심한 적 없다니까
왜 하필 이럴 때 휴가를 오냐
고르고 골라서 제일 엉망일 때
아니, 예고라도 하고 오든가
사람 쪽팔리게
아, 나 진짜 뭘 잘했다고 울어
나 운 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한 상무님도 잊어 줬으면 좋겠고요
진짜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
서 대표님
어? 없네?
밤새웠다더니 집에 갔나?
자, 머리 조심
진정될 때까지 이러고 있어요, 문 잠그고
한 상무님 감사해요, 늘
나랑 얘기 좀 합시다
전 한 상무님이랑 할 얘기 없습니다
서달미 씨한테 용무가 있어서 가는 거잖아
그렇다면 오늘은 안 됩니다
달미 만나려면 상무님 허락 받아야 합니까?
네
무슨 자격으로요
나 자격 있는 거 같은데
설마 뭐,
네, 그 설마 맞습니다
3년은 꽤 긴 시간이잖아요
관계가 변할 만큼
충분히 길죠
무슨 짓을 한 거냐, 대체
네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남도산 씨를 만났습니다
달미 씨한테 간다길래 막으려다 보니까
우리 사이를 오해할 만한 얘기를 했네요
미안합니다
뭐, 괜찮아요
지금 나가면 만날 수 있어요
아니에요, 어차피
미국으로 다시 돌아갈 사람인데요, 뭐
그리고, 우린 3년 전에
끝난 사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얘기해 주니 고맙네
네, 알았어요
와, 샌드박스 최초의 자율 주행 차네요
기대가 큽니다
감사합니다
아, 근데 이름이 왜 타잔이에요?
타잔은 자동차를 안 타는데
아, 그게 어, 자율 주행 차를 타자라는
의미의 타자에서 N을 붙였습니다
너무 안일한 네이밍 아닌가요?
아니, 참신한데?
뭔 고사 음식까지 싸 왔어요
할머니가 싸 주셨죠
할머니 천주교시잖아요
유연하세요
안녕하세요, 한 팀장님
아, 이제 한 상무님이죠
아, 예, 오랜만입니다
여기 어쩐 일로
아, 사무실 남았나 좀 보러 왔어요
저희 다시 창업할 생각이라서
창업?
휴가차 온 거 아니었어요?
아, 근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투스토 경력이라니까
투자자들이 사업 모델이 뭐든
돈 대겠다고 줄을 서네요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겁니까?
그냥 궁금해져서요
한 팀장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잘됐네요
축하합니다, 건승을 빌어요
많이 변했네요
안 변했는데
변했어요
말도 되게 순해지시고
알잖아요,
나 원래 관심 없는 투자처엔 덕담만 합니다
내가 탈 차 아닌데 타이어 갈았냐, 라이닝 갈았냐
굳이 체크하고 악담할 이유 없잖아요, 그럼
휴가가 아니었다고,
두 번만 고민했다간 머리 보고
까치가 내 집이다 하겠네요
아,
무슨 고민 있어요?
아니에요
에이, 얘기해요
뭐, 나 이제 멘토 아니라 얘기 안 하나?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 팀 개발자들을
모닝 AI가 빼 갔잖아요
그래서 C 레벨 개발자들을
다시 구해야 되는데
도산이네를 영입할까 해요
도산이한테 제안을 하고 왔는데
여지없이 거절하더라고요
남도산 씨 간만에 마음에 드네
상무님
조언을 해 줘야 되는데
개인적인 변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하기 싫어
이래서 얘기 안 하려고 했던 건데
얘기하라고 그러셨으면서
미안합니다
내가 속이 좀 많이 좁네요
저, 한 상무님
잠깐 시간 좀 내 주실래요?
내가 할 말은 덕담밖에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나요?
악담이 궁금해져서요
해 줄 수 있습니까?
난 당신네 회사에 관심 없는데
압니다
그렇지만 부탁드릴게요
왜 갑자기 이러지?
그때 당신 말대로라면
난 당신 형의 원수 아닌가?
돌이켜보니까, 음,
그때 난 누구든 탓할 사람이 필요했나 봐요
미안합니다
나도 미안합니다
솔직히 얘기한다는 게
돌이킬 수 없는 악담이 됐어요
미안해요
우린 지금 입발린 덕담보다
그 솔직한 악담이 필요합니다
세 사람이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가 뭡니까?
사업이에요, 프로그래밍이에요?
글쎄, 음, 그건 잘,
답이 뭐든 결론은 간단해요
프로그래밍한 게 구현될 때 가슴이 뛴다면
좋은 조건으로 개발자가 되면 되는 거고
기업을 만들고 이끄는 데 희열이 느껴진다면
경영을 하면 돼요
그쪽도 잘 알겠지만
스타트업은 좋을 때보다 힘들 때가 더 많아요
그때 버틸 수 있게 하는 유일한 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 시작이 뭔지 잘 생각해 보면
내 악담은 안 들어도 될 거 같은데
한 상무님 말씀대로면
우린 창업을 하는 거보단
같이 일할 파트너를 찾는 게 낫겠네요
그게 내린 답이라면, 그렇죠
그럼 한 가지만 더,
아, 뭐, 아직 더 남았습니까?
같이 일할 파트너라면 현재로서 가장 끌리는 곳이
서달미 대표가 있는 청명컴퍼니입니다
CTO 자리를 제안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저희가 합류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시 삼산텍 시절로 돌아가서 다 같이 일하는 거죠
싫습니다
남자로서
말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투자자로서 의견을 말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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