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어차피 날지 못하는 새니까

죽이는 게 낫다고 그러는데

 

기특하네

 

 

저기, 저희 큰애가 다니는

병원이 있거든요

 

아줌마

수고했어요

 

아, 예

 


고작 그딴 이유로 죽였어?

겨우 그 한마디 때문에

우리 엄마를 죽였어?

 

내 딸을 정신병자 취급 했다니까?

감히 주제넘게

 

 

그래, 죽여

절대 약해지지 마

 

그래도

엄마는

엄마니까

 

아, 겁쟁이

이래서 난 약한 사람이 싫더라

근데 나랑 문영인 너희들이랑 달라

 

개소리하지 마

 

 

이제야 왔구나

부정해도 소용없어

넌 엄마랑 같은 피가 흘러

아니, 난 당신 같은 괴물이랑은 달라!

 

만약 나비가 나타나도

절대 죽이지 마

넌 그러면 안 돼

나랑, 약속했잖아

이러지 않기로

야, 왜 이래

정신 차려 문강태

문강태! 정신 차려

 

머리를 자른다고 나한테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일어나

제발 일어나

 

그러게!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지

우리 딸, 아가

내 동생들 괴, 괴롭히지 마

내 동, 내 동생들 괴롭히지 마!


 

정말 잠든 거 맞죠?

일어나는 거죠?

 

왜, 못 일어나면

로미오처럼 확 따라 죽게?

못 일어날 수도 있어?

 

 

고용량 아티반을 맞긴 했는데

수액 놨으니까

몇 시간 뒤면 깨어날 거야

너무 걱정 말아

 

넌 매번, 나 때문에 다치네

미안해


다 끝났어 우린 살았고

엄, 그 여잔 잡혔고

진실은 이제 곧 밝혀질 거고

나가 주라 여기서 나가

네 말대로 나 깡통 아니야

나도 감정 있어

그래서 절대 못 잊어

나 때문에 너랑 오빠가

여기서 겪은 끔찍한 일들

평생 못 잊을 거야

아마 너도 날 볼 때마다 괴로울 거고

잊지 말고, 이겨 내면 되잖아

그래야 영혼이 자라는 어른이 된다며

그냥 우리 다 긴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자

나 그럴 자신 있어

연기 그만해

아픈데 안 아픈 척 괴로운데

괜찮은 척 그런 연기

이제 넌 오빠가 아니라

내 앞에서 하게 될 거야

그런 가면 쓴 네 얼굴 보면서

난 점점 눈치를 볼 거고

숨이 막히고 괴로워하겠지

그렇게 살기 싫어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내일 오빠랑 여기서 나가 줘

너 진심이야?

나 그냥 혼자 살고 싶어,

예전처럼


잘했어, 고문영

잘했어-


괘, 괘, 괘, 괜찮아? 너 괜찮아?

잠은, 잠은 푹 잤어?

손, 손은? 이제 피, 피 안 나?

안, 안 아, 안 아파?

 

​아파

너무 아파서, 죽을 거 같아

 

안 돼, 안 돼, 그러면 벼, 병원 가야 돼

병원, 병원, 병원, 병원

고마워

우리 다 구해 줘서

근데 왜, 왜 그랬지?

수, 수간호사님은 원래 착한 사람인데

왜, 왜 나, 나, 나쁜 짓을 했지?

그 여잔 착한 척하는

진짜 나쁜 사람이었어

자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게

너무 싫대

 

서, '서쪽마녀'

어, 그, 그 책에도 나와, 어

행복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죽이는 여자 살인마

그게 서, 서쪽마녀인데

그 책 형도 읽었어?

어, 누가 병실에 두고 가서

읽, 읽었어, 읽었어

다, 다 읽은 건 아니고

63페이지까지 읽었는데

완전 핵, 핵노잼, 핵노잼, 어

그래, 재미없으니까 읽지 마



형, 만약에 문영이가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떡할래?

우리 가족, 가족인데

같이 살아야지, 어?

그래도 나가라고 하면?

나, 나갈 수는 있지

그래, 그래, 그래도 문영이는

데, 데리고 나가야지, 어

왜?

 

우리만, 우리만 나가면

문영이는 혼자야, 혼자, 어

걔는 호, 혼자 있으면 심심해, 어

맨날 맨날 심심하다고 놀아 달래

그래도우리 둘만 나가라고 하면?

배 째


벌써 다른 병원으로 또 튀려고?

 

아니요, 이제 쉬려고요

 

우리 통했다 나 병원 관두고

앞으로 쭉 놀려고 같이 놀까?

저 놀 사람 있어서..

 

고민하는 척이라도 좀 해 줘라


머리 머리 괜찮아, 머리?

그 나쁜 아줌마가 어저께

네 머리채 확 잡아당겼는데

마, 많이 빠졌어?

그, 해, 행복한 게 싫어서 괴롭혔대

그 아줌마 진짜 나빠, 진짜

숙제 검사해야 되는데, 숙제 검사

표정, 표정 그리기 연습

엄청 많이 했어, 엄청

내가 보여, 보여 줄까? 어?

오빠

그 숙제 안 해도 돼

 

어?

우리 동화책 안 낼 거야

왜, 왜, 왜, 왜지?

왜, 왜 안, 왜 안 내지?

내기 싫어졌어

강태 병원에서 돌아오면

이 집에서 나가 주라

나랑 한 삽화 계약은 파기야

계, 계, 계약, 계약 파, 계약

파기면 세, 세 배인데, 세 배

그, 벌금, 벌금 세 배

원하는 대로 다 줄게

오늘 중으로 나가 줘

배 째!

몰라, 몰라, 몰라, 배 째

배, 배 째, 몰라

몰라, 몰라, 배 째

'배 째' 하면 다 이겨, 다

안 돼, 못 나가, 못 나가, 배 째


솔직히 괜찮을 자신이 없어요

도희재 그 여자가 저한테 한 말들

표정, 행동들 그걸 생각하면

억울하게 죽은 엄마랑

숨어서 그걸 다 지켜본 형이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숨이 잘 안 쉬어져요

그런 주제에 다 이겨 낼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문영이한테

근데 문영이가 속아 주질 않아요

 

같이 있으면 죽을 거같이 괴롭고

헤어지면 또 괴로워서 죽을 거 같고

어차피 이래저래 죽을 거 같으면

같이 있다 죽는 게 낫지 않아?

솔직히 도희재랑 둘이 있었을 때

확 죽이고 싶었지?

근데 왜 안 죽였어?

문영이가 생각나서요

 

그래, 그거야

보면 괴로운 그 얼굴이

그렇게 자넬 또 살리기도 하는 거야

펑 터질 뻔한 거 단단히 붙들어 준 거라고


악몽 꾸는 거 같길래

빨리 짐 싸서 나가, 오늘 중으로

난 망태만 있으면 돼

이제 강태는 필요 없어

아, 맞다

넌 누구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싫댔지?

잘됐네 나가, 빨리

너, 진짜 혼자 살 거야?

 

나 여태 혼자 잘 살았어

나 같은 건 원래 사람들 속에

같이 못 살아

따로 격리돼 살아야 된다고

왜?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고문영, 너 이제 혼자 못 살아

왜 못 살아?

따뜻한 게 뭔지, 배부른 게 뭔지

이젠 알았으니까

그러니까 너도 그냥 인정해

뭘?

이쁨받고 싶어 하는 어린애인 거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짐 싸서 나가

 

내가 옛날얘기 하나 해 줄까?

하지 마

옛날 옛날에

닥쳐

 

가난하지만 의좋은 형제가 살았어

추수철이 돼서 쌀을 수확했는데

형은 동생네 살림이 걱정돼서

밤에 몰래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동생 집 앞에 가져다 놨지

같은 날 동생도,

식구가 많은 형네를 위해서

자기의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형 집 앞마당에 몰래 내려다 놨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당연히 쌀가마니가 각자

마당에 그대로 있었겠지?

이상하다 생각한 형제는

밤에 또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가서

서로의 집에 내려놨어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서로 계속 반복했지

 

이 동화의 교훈이 뭔지 알아?

의좋은 형제는 꼭 한집에서

살아야 개고생을 안 한다

재밌지?

치, 같잖아서

그딴 것도 교훈이라고, 쯧

 

우리 형이 한 해석이야

넌 우리 형제가 싫어?

좋아하잖아, 아니야?

우리 괜히 헛걸음해서 고생하지 말자

어디든 상관없으니까, 같이만 있자 응?

야, 고문영 대답 좀 해

얘, 얘기 좀 하자니까?

아, 제발 똥고집 그만 부려!

너 지금 나한테 소리쳤어?

아니, 내 목소리가 원래

이 방에서 더 많이 울리네

뭐, 피곤하면 쉴래?

쉬어


얘, 얘기했, 했어?

어, 근데 더 안 좋아진 거 같아

형이 시, 시킨 대로 했어?

의좋은 형제는 한집에 살아야

개고생을 안 한다 했지

재미없게 얘기했지,

네가 재, 재미없게

똑같, 똑같은 얘기도 재미없게

하는 사람 있다니까

문, 문강태 핵노잼

아유, 어려워

모르겠다

재미가 없으니까

인기가 없지, 인기가, 어?

솔직히 인기는 블랙핑크가 많지,

소, 솔직히, 어

♪ 뚜두뚜두 ♪


문영아, 그, 너무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해도 돼?

아니, 안 돼

엄마가 아파 엄마가 몸이 너무 아파서

오늘 월차까지 냈는데 목소리 들어 보니까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이 돼 가지고

상인 씨랑 승재 씨는 세미나 가서 계속 전화 안 받고

나는 오늘 나이트 근무라

그럼 문강태한테 하면 되겠네

너무 미안한데 네가 가 주면 안 될까?

아무리 아줌마지만 같은 여자가

간호해 주는 게 편할 거 같아서

안 될까?

어, 안 돼

너희 엄마 부탁을

왜 나한테 해?


어, 왔어?

아픈 거 맞아요?

나보다 더 생기 있어 보이는데

 

이 나이 돼 봐, 안 아픈 데가 있나

이 무릎도 쑤시고, 팔다리

마디마디가 저려서 잠도 안 와

아이씨, 이 남주리 호박씨 같은 게

 

남의 귀한 딸 욕하지 말고

일로 와서 이거나 먹어

자, 며칠 굶었다고 해서

밥 말고 일부러 누룽지 끓였어

이럴 때는 속아 주는 척하고 먹는 거야

네 그 얄팍한 배 속 채우자고

지금 몇 사람이 머리를 맞댔는 줄 알아?

얼른 먹어

아! 아씨, 존나 개뜨거워

 

그 이쁜 입에서 왜 개소리가 나와?

후후 불어서 천천히 먹어

입천장 홀라당 데지 말고

참 별일이지 어젯밤에

강태가 이 대표한테 전화해서

너 제발 밥 좀 먹게 해 달라고 부탁했어

나한테 직접 연락하기는 민망했겠지

주리 생각하면 자기가 어떻게 나한테

문영이 네 밥을 차려 달라고 부탁했겠어

 

근데 아줌마가 다 차렸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호구지

왜 다들 나한테 잘해 줘요?

아무 상관도 없는데

이뻐서, 생긴 것도 이쁘고,

먹는 것도 이쁘고 우리 강태처럼

가진 거 없어도 마음씨 착한 애

좋아해 주는 것도 이뻐서, 왜?


내가 앞으로 형 잘 지킬게, 엄마

 

나 지, 지키라고 너 낳은 거 아니야

나 돌보라고 나, 낳은 거 아니야

동, 동생은 그, 그러라고 엄마가

낳아 준 게 아니야, 어

원래는 형이 동생을 지키는 거야

그래서 그날도 나쁜 아줌마 뒤통수

내, 내가, 내가 쳤어

너, 너는 처잘 때 내가

내가 널 지켰어, 지, 지켰어

그러네, 나 지키라고

형이 있는 거였네

 

어, 근데 너도 이제 어른이니까

너는 네가 지켜

나는, 나는 이제 바, 바빠

엄마, 안녕! 오!

엄마, 들었지?


그래, 뭐, 어디 한번 봐 봐

졸라맨에서 얼마나 발전했나

보, 보, 보세요, 보세요, 어?

해, 행복한 표정, 우!

조, 좋아하는 애가 생겼어

하면, 하면서 우, 우, 웃었어

요거, 요거 보세요, 웃었어

강태, 강태 우리, 우리,

우리 강태 행복한 표정

가, 가짜, 가짜, 가짜, 가짜

아니고 요거 지, 지, 진,

진짜 행복한 표정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너, 미행했어

넌 납치가 취미니까

난 미행으로 할까 봐

재밌냐?

재미는 없어도

멋있게 보이고는 싶어

내가 계속 노력할게

내가, 어떻게든 이겨 내고

감당해 볼 테니까

이제 나, 그만 밀어내고

좀 받아 줘라, 응?

그럼 이건,

이건 어떻게 보상할래?

다치게 한 건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 고문영

사,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진짜 너무너무 사랑해!

야, 사랑한다는데 왜 도망쳐!

야! 사랑해! 고문영

고문영, 사랑해!

 

씁, 저쯤 되면

입원해야 되는 거 아닌가?

우리 문 보호사 참 많이 변했네

사랑의 힘이지, 파워 오브 러브

 


고문영, 사랑해

그거 아니야? 다른 거야?

아, 말을 좀 해 봐

그놈의 사랑해 한 번만 더 해

입을 확!

 

입을 확 뭐?

이렇게?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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