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고문영

제발, 일단 내 말 좀,

날개가 세 쌍이야

그 돌연변이 나비는 하나밖에 없어

우리 엄마가 디자인해서 만든 브로치

근데 저 나비가 왜 오빠 벽화에 있어?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내가 물었을 때

그때 아니라고 했어야지

나 도망 안 가

그러니까 더 이상 따라오지 마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또 싱크대 밑에 들어가서 안 나와

쟤 또 왜 저런다니?

엄, 엄마, 엄마, 엄마 나비 새끼,

새끼 나비가 왜 거, 거, 거기 있지?

왜 내, 내 그, 내 그림에 있지?

어, 누가 그렸어, 누가 그렸어

안 되는데, 안 되는데!

형, 이리 나와, 응?

 

어, 엄마, 엄마, 엄마 죽인

나비가 쪼, 쫓아왔어

나, 나, 나, 나, 나, 나를 쫓아왔어

여기까지 왔어, 어떡해

그 나비는 엄마 나비,

새끼 나비가 아니라

날개가 세 쌍인 돌연변이 나비야

 

도, 도, 돌연변이?

그럼 내가 본 나비 아니야?

응, 변종이긴 한데

꽤 흔하게 볼 수 있어

나도 정원 꽃밭에서 몇 번 봤고

나, 나 못 봤는데

형은 무서워하니까 제대로 못 봤지

신기하고 특이한 나비니까

누가 형 대신에 벽화에 그려 놨나 봐

왜, 왜, 왜, 왜 나, 남의 그, 그림에

낙서를, 낙서를 했지? 예의 없게? 어?

그러게 내가 잡아서 아주

혼을 내 줄게 얼른 나와

다, 다, 다른 거야?

형, 나랑 약속했지?

만약에 나비가 나타나도

절대 안 도망간다고

 

어, 약, 약속했어, 약속

약속은 코 풀고 버리는 휴지가 아니니까

나 안 도망가, 안 도망

근데, 나, 나비, 나비 보면 머리,

머리가 아프니까

옆에서 조, 조금만 도와주면

나 이겨 낼 수 있어

응, 멋지다, 우리 형



와, 말도 안 돼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악연이,

 

악연일까요?

 

아, 그럼 이게 악연이 아니고

대체 뭐가, 설마 이 엄청난 걸

다 알고 지금 문영이를 끌어안고

가겠다 그겁니까?

문영인 저한테 그냥 고문영이에요

도희재 딸이 아니라


고문영

진짜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를

죽인 게 맞아?

너희 형을 평생 괴롭히고

네 인생을 엿같이 만든 나비가

그게 진짜 우리 엄마야?

아니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거지?

그럴 리 없잖아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얼마 안 돼

고문영, 잘 들어

너랑 너희 엄만 달라

나, 죽어도 절대로 너 안 떠나

나한테 넌,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그냥 고문영이야

위선자



나도 괴로웠어

너처럼 도저히 믿기 싫어서 부정했고

어떻게 나한테만 이런 일들이 생길까

이가 갈리게 원망도 했어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냥 네가 날 보고 웃으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데

나비도, 우리 엄마도, 다 잊고,

그냥 우리만 남게 되는데

문영이 넌, 너는 잘못 없어

우린 다, 아무 잘못 없어


너희 아버지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좀 있었어

그래서 알게 됐어

너희 엄마가 살아 있다는 거

 

박옥란, 그 환자야?

그래서 그날 나한테 뛰어온 거였어?

아니, 우리 병원 수간호사

뭐?

박행자

어제 형 그림에

나비를 그려 두고 사라졌어

그럴 리가 없어

그 여자가 엄마라고?

아무리 20년 가까이 지났어도

눈, 코, 입을 싹 다 뜯어고쳤대도

엄마를 못 알아봤을 리가 없어

 

너희 아버지도, 원장님도

그렇게 오랫동안 봐 왔는데

전혀 눈치 못 챘어

말도 안 돼

지하실의 나비 브로치도 사라졌어

분명히 거기 있었는데

엄마가 왔다 간 거야

아빠 옆에도 있었고

우리 옆에도 계속 있었어

다 지켜봤어, 다

빨리 이 집에서 나가

꺼지라고, 당장!

고문영,

너 혼자 두고 절대 아무 데도 안 가

지킨다고 약속했잖아

아니, 넌 나 못 지켜

그러니까 가서 형이라도

제발 지키라고, 제발!

제발 도망가

아, 어떡해 부탁이야, 제발


문영이, 많이 아파?

배, 배는 안 고파?

내가, 내가 이거 주, 죽 가져왔는데

이거 산 건 아니고

수, 순덕 아줌마가 해 준 야채죽인데

가, 오빠

 

주, 죽을, 죽을 먹어야지 빨리 낫지, 응?

너, 문영이 메추리, 메추리알 좋아하지?

오빠가 이거 집, 집어 줄게, 어?

오늘, 오늘 아프니까

응애응애 아기처럼

바, 받아먹어도 되는데

오빠

 

어?

미안해 잘못했어

용서해 줘

 

용서?

미안해, 진짜 미안해

사, 사과는 얼굴, 얼굴을

보고 해야 진짜 사과지, 어?

보, 보지도 않고 하는 건

예, 예의가 아니지, 예의가

용서해 줘

어, 이거, 이거, 이거

먹, 먹으면 용서할게, 어? 아

문영아, 파, 팔 아픈데, 아, 아

옳지, 착하다, 옳지

오, 옳지, 착하네,

문영이 잘 먹네?

문영이 잘 먹네? 어?

아, 착해, 오

우리 딱 세 번만 더 먹을까?

딱 세 번만? 어?

이, 이럴 때, 이럴, 이럴 때일수록

꼭꼭 씹어야 체 안 하지? 어?

아, 착하다, 문영이

아, 아, 옳지

강, 강태랑 싸우지 마, 화해해

싸, 싸우는 거보다 뽀뽀하는 게 나아,

어? 알았지? 울지, 울지 마, 울지 마

문영이 많이 아팠구나? 어?

많이 아팠구나 또 줄게

 

오빠, 미안해

먹어, 이거 머, 먹었으니까

내가 용서해 줄게

이거 두, 두 번만 두 번,

두 번 남았어, 아, 착해


죽, 죽 다, 다, 다섯 숟갈이나

먹었다 다섯, 다섯 숟가락

내가, 내가 먹, 먹여 줬어

고마워, 형이 최고다

근데 문, 문영이가 많이 잘못했어?

응?

미, 미안하다는데

요, 용서해 달라고 계속 울어

그래 갖고 내가 주, 죽

먹으면 용서해 준다 그랬더니

아 했다

그래서 내가 요, 용서해 줬다

그랬어?

 

어, 내가 용서해 줬어

용서해 줬어?
근데, 근데 너도 어디 아파?

형, 나 한 번만 안아 줘라

응, 그래

나, 등도 두들겨 줘

형, 나 좀 무서워

 

무, 무, 무서워? 어?

도, 도, 동생이니까 무섭지

동, 동생이니까

형이 우리 지켜 줄 거야?

어, 내가, 내가 지켜 줄 거야

내가 형이고 오빠니까

내가, 내가 보, 보호자야, 보호자

다행이다

형이 우리 형이라서 다행이다


나한테 빨리 와, 엄마


수, 수간호사님 오늘 엄청 이뻐, 엄청

꼭, 꼭, 꼭 다, 다, 다른 사람 같아, 예

진짜? 몰라보겠지?

맞아, 다른 사람


아이, 너, 너 대체 왜

왜 무슨 생각으로

그, 그딴 기사를 내서

기어이 일을 만들어!

알잖아

죽치고 기다리는 건

내 스타일 아닌 거

어떻게 자극해야

엄마가 나한테 달려올지

난 알거든

 

문영아

강태는 나비 못 잡아

걘, 겁쟁이거든

내가 해야 돼

그래, 네가 맞았어 나한테 연락 왔어

도희재 작가 원고 들고 오라고

 

어디로?

나 혼자 갈게

넌 그냥 여기서 꼼짝 말고

아니, 엄마가 원하는 건 결국 나야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문영아

거기가 어디냐고


정말 혼자 괜찮겠어요?

네, 그동안 문영이는

되도록 여기서 멀리

최대한 멀리 보내 주세요


만나기로 한 데가 어디야?

어? 그, 좀만 더 가면 돼, 응

 

거기가 어디냐고

세워

세우라고, 당장!

 

고문영 너 이번엔

제발 좀 내 말 좀 들어

너 거기 가면 절대 안 돼

세워, 세우라고!

문영아, 문영아

강태 혼자 있잖아

걔가 혼자 있잖아!

 

세워, 세워

야, 문영아, 안 돼

야, 야, 문영아!

안돼, 강태야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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