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어디까지 갈 거냐고

나 발 아파

야, 문강태! 아!

내가 등 보이지 말라 그랬지?

그러게 왜, 등짝은 쓸데없이 넓어 가지고

배 안 고파?

여기서 기차 타고 다다음 역까지 가면

맛있는 우동집 있는데

고문영

이제 나 따라오지 마

우린 세트잖아, 같이 가야지

집에 가, 난 형이랑 있어야 돼

넌 잘못한 거 없어

그날 형이 물에 빠진 건 재수 없는 사고였어

넌 비겁했어도 독하진 못했어

도망갔다 결국 다시 와서 형을 구했으니까

넌 죄가 없어

정말, 죽었으면 좋겠다

그 생각으로 도망쳤어

형이 그걸 알아

그리고 너도 알았잖아

난 무죄일 수 없어

 

그래서 속죄의 제물로

네 인생을 통째로 형한테 바치겠다고?

그날, 그 강에서,

왜 날 살렸어?

그냥 죽게 두지

그때 죽었으면 이따위론 안 살았지


문 보호사 얼굴에 새빨갛게 새겨져 있더라고

누구든 한 놈은 죽일 상

맞아, 맞아, 맞아, 맞아 -

하, 잘생긴 놈이 죽이면 안 아파?

야, 이 미친 무당 아줌마야!


그새 얼굴 상한 것 좀 봐

꼭 마른 대추씨 같다

무슨 일이야?

 

집엘 통 안 들어오니까

내가 빤쓰 좀 챙겨 왔지

삼각, 사각, 끈, 망사

뭘 입을지 몰라 다 쓸어 왔는데

 

나와


생각해 봤는데 차라리 잘됐어

이참에 구질구질한

인질 노릇이나 때려치워

인질?

 

너희 형한테 인질처럼

억지로 붙들려 사는 거 관두라고

너 나랑 살고 싶잖아, 나 안고 싶고

같이 뒹굴고 놀고 싶잖아

아니

네 입은 거짓말해도

그 눈은, 절대 거짓말 못 해

나, 꿈에서 깼어

 

뭐?

내 잘못이야

내가, 형만 봤어야 되는데

형이 내 전부였어야 됐는데

네가 뭐라고

처음부터 널 막아서지 말걸

운명이네 그딴 소리 할 때부터 피했어야 했어

우린, 악연이야

연기하지 마

나만 보면 웃게 된다며

그게 어떻게 악연이야?

부탁할게,

내 인생에서 좀 빠져 줘라

나 혼자 두고 어디 안 간다며

그거 다,

어, 다 개소리야

처음 놀러 나가 분위기에 취해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어

나, 우리 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힘들고 벅차니까 제발!

제발, 내 엿같은 인생 그만 흔들고

 

꺼져

 

거짓말

네가 전에 그랬지?

내 꺼지라는 말이 꼭

가지 말란 소리로 들렸다고

방금 네 말은

제발 잡아 달라는 애원으로 들려

가지 마

아니, 너 그냥 나한테 폭죽 같은 거였어

잠깐의 이벤트, 충분히 즐겼으니까 이제 그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주면 돼

나 폭죽 아니고 폭탄이야!

터지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싹 다 죽인다고!



집에 올 거죠?

저녁에 와요

와서 오빠랑 화해도 하고

아까 보니까 밥도 잘 먹고

수간호사님이랑 얘기도 잘하던데

그럼 기분 좀 풀린 거 아닌가?

우리가 환자들한테 늘 하는 말 있죠?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려면'

'나 자신부터 행복해져야 된다'

이기적인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너무 힘들면 그냥

강태 씨 본인 행복만 생각해요

그래도 돼요

그럼 나, 주리 씨한테

이기적인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아씨, 에이씨, 또 씹어

에이씨, 또 씹네


너 혹시 밥은 먹었니?

밥은 없고 술은 있는데

나 차 가져왔는데

어쩌라고

택시 타지, 뭐

이젠 내가 안 무섭니?

무서워

무섭고, 밉고, 부러워

너 싸다구 한 대만 맞자

뭐?

싸다구 한 대만 맞자고!

너는, 우주에서 최고로

못돼 처먹은 년이야

어릴 때는 주변 애들한테 해코지해서

나 왕따 만들어 놓더니

이젠 내가 좋아하는 남자까지 뺏어 가고

넌 내가 혼자가 되는 꼴이 좋냐?

거지 똥구멍에서 콩나물 빼니까

좋냐고, 이 나쁜 년아

왕재수, 개싸가지!

귀엽네

그래, 응

나 개귀엽다

근데 이렇게 귀여운 나를 두고

강태 씨는 왜 너만 좋아하나?

이뻐서?

깝치지 마

누가 퍼스트고 누가 세컨드냐고

 

문영아, 사람한텐 그렇게 함부로

번호표 붙이고 그러면 안 돼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애틋해하는 마음은

각각 다 다른 거야

노랗다, 누르스름하다, 누리끼리하다

색깔도 명도, 채도에 따라 다 다른데

사람 감정은 오죽하겠니

정만 해도 그래

고운 정, 미운 정, 애정, 우정, 욕정

오색 빛깔 찬란하잖아

오색 빛깔 다 섞어 놔 봐야

어차피 시커먼 색이지

 

셋이 같이 있다가

혼자만 있으니까 어때? 심정이

그냥 뭐, 심심해

갑자기 짜증도 막 나고

밤엔 더 춥고

배도 자주 고파

너 그 감정을 줄여서

한 단어로 뭐라 그러는 줄 알아?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선배도 덥죠? 땀 장난 아닌데?

응, 오늘 좀 덥네?

잠깐만,

와, 씨, 겁나 뜨거워

아, 전기장판인데?

뭐, 어디 뭐 아픈 거 아니에요?

 

하, 더위 먹었나 보지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안 그러면 내가 죽어

죽여야 돼!

그때 문영이도 같이 죽였어야 돼

괴물은 다 죽여야 돼!

아니!

당신 딸은 괴물 아니야

괴물 아니라고

 

안 죽이면, 네가 죽어


축하해

몸푼 산모도 아니고 난데없이

미역국 타령하면 생일이지, 뭐

선물은 이걸로 퉁쳐

먹어, 얼른, 입에 맞아?

뭐, 그럭저럭

 

다행이네

 

아, 넌 내 전화, 문자 다 씹고

왜 여기서 밥을 처, 먹고 있냐, 어?

내가 비싼 소고기 사 준다고

이거 소고기미역국이야


오늘 엄청 중요한 날이라고

만나야 될 사람 있다고

혼자 중얼거리긴 했는데

"오늘 엄청 중요한 날이야"

만약 정말 도희재 작가가

죽은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진 거라면

그럼 확실한 건 하나 있지

남편이나 딸을 반드시 만나러 올 거라는 거

 

안 돼

문영아


큰 사이즈:)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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