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E09


어머, 거지가 따로 없네?
어, 이 꼴로 어제 그러면…
오랜만에 만난 건데, 진짜 
그래도 오늘은 사람 꼴은 하고 
가야 되지 않겠냐, 미주야?

너무 아름답군


근데 맨날 대학생이라고 
술 먹고 노는 건 아닌가 봐?

응, 아니야

영화과 수업을 왜 들어 가지고
시놉시스란 무엇인가

그러게 왜 나댔냐?

나한테 묻지 말고 과거의 나한테 물어봐라
걔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줄 알았을걸?

내가 모니터링 한번 해 준다, 공짜로
그, 장르가 뭐였지? 스릴러였나?

바꿨어, 로맨스로
어디까지 썼는데?

야, 너, 이씨 또 수업하기 
싫어 가지고, 어?
들어 봐



거리에는 비가 막 내리고 있고
쫓기고 있던 남주가 우산을 
쓰면서 걷는데 말이야

로맨스라며, 왜 아직도 쫓겨?
쫓기는데 우산 잘도 챙겼다?
와, 막 도둑질해도 돼?

자, 자, 이제 가려고 하는데
그 순간 누군가가 우산 안으로 
풍덩 하고 들어오는 거야

마치 그림처럼

그림처럼 고개도 들어 올리겠네

응? 어떻게 알았어?

그, 과제면 막 표절해도 돼?
그거 늑대의 유혹이잖아

뭐? 이미 있는 얘기였다고?
아씨 아, 어쩐지 익숙하더라
그럼 엎고 다시 써야 되잖아

하, 쯧

너는 창작의 고통을 몰라

하, 오빠가 모르는 거 같은데
표절을 안 하면 뭘 하지를 못하나 봐?
저번 스릴러는 곡성 따라 하더니
아, 모니터링은 돈 받고 해 줘야 되는데
난 돈 내고 과외받는데

네 돈 아니잖아


또 뛰었어요?

예, 살려고 뛰는 거예요
나 병약하잖아
별일 없죠? 

어, 서명전자 공장에서 
현장 직원이 좀 다쳤답니다
직원 다친 이슈 때문에
서명민 전무가 직접 전시 
행정 하러 간답니다

아, 뭐, 서명이 중소기업이야?
뭐, 공대 출신이라고 
직접 헬멧에 작업복 입고 
퍼포먼스 한대요?

그런데 공장 근처에도 못 가고 
병원으로 바로 가셨답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사람들 관심 끌려고?
출근도 못 했겠네
일들 보세요



근데 혹시 기선겸이랑은 무슨 사이세요?

어, 글쎄요
무슨 사이인지 아직 저도 잘,

제주도에 계셨던 거면 
한 달이 넘었길래
노잼에 한 달짜리가
한 달이 넘은 거 같아 가지고요

노잼에 한 달짜리요?

기선겸요

노잼이라 애들이 맨날 
한 달 만에 그만두거든요
짝사랑

아, 그러면 영일 씨가
매번 한 달인지 아닌지
세 주시는 거예요, 그거를?
아, 근데 왜 노잼이지?
난 유잼인데

뭐, 따지고 보면 고백하고 
그냥 스쳐 가는 사람들도 한 달짜리였죠
선겸이한텐


아, 기선겸 씨도 스크롤 올라가겠다 
드라이버로 이름이 어려우니까 내가
스펠링 틀리지 말라고 얘기를 해 놔야겠네

오미주 씨도 이름 올라가요?
그럼 같이 올라가겠네요, 이름?
그거는 좋다

스크롤 보고 있으면
내가 저거 보려고
이 개고생을 했나 싶을 거예요
같이 고생한 사람들 이름도 딱 뜨고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이 가니까

고생했어요
이런 말 저런 말 다 전달하느라고

나는 참 말 한마디 전달하는 것도
어렵고 조심스러운데 참 좋겠어요
말 한마디에 예산도 주고 인종 차별도 하고
사람도 보내 버리고
제임스는 어떻게 데리고 왔어요?

튀려는 거 같길래 
모른 척하고 데리고 왔죠

영어 못 하지 않아요?

못 한다고는 한 적 없는데

하, 참
기선겸 씨 무서운 사람이네?
나 그냥 확 오늘 올라가 버릴까?
확 꺼져 버려요? 



꺼지라고요?

네,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요
나도 남 일이니까 한번 이렇게 말해 봤어요

근데 나 왜 갑자기 다 할 수 있을 거 같지?

원랜 안 되는 건데 다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진짜 주네, 좋은 영향, 기선겸 씨가 나한테

한잔할래요?

아니요

그래요

치, 뭐예요?

안주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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