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 영원의 군주


뜻밖의 시간에,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분과 뵙네요. 폐하

그러네요

그래서 내가 퍽 난감해졌네요

아주 사적인 자리라

당연히 보고가 들어갈 텐데

배려가 없었네요, 내가

구 총리 퇴근도 못 하게

나랏일에 봉사가 어딨겠습니까

폐하가 제 나라신걸요

 

반갑습니다

대한제국 총리 구서령입니다

반갑습니다

총리님 팬입니다

설레네요

이렇게 어리고 예쁜 분이 제 팬이라니

성함이 ?

저는 여행자입니다

이렇게 뵙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전 곧 떠날 거고요

 

대한제국은 처음이라

모든 게 참 동화 속 같네요

대한제국은 처음인데

우리 나라말은 참 잘하시네요

아, 제가 문과라서요

이만 파합시다. 구총리

오늘은 내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먼 길 가실 텐데, 먼저 출발하세요. 폐하

배웅하겠습니다

 

그러죠. 그럼

금요일에 봅시다

 


내가 구 총리한테 넘어갈까 봐?

걱정 마세요

 

더 예쁜 사람압니다

 

네, 그 사람 맞습니다

눈빛이 소란하셔서

뭘 그렇게 봐

달은 둘 다 똑같아서

혹시 여기도.. 나중에

여기도 뭐?

여기도 달에 토끼 산다

그런 전설이 있냐고

 

달에 토끼는 안 살아 문과생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로

달의 표면 레골리스로 덮여있는데


난 너 때문에 웃는데

넌, 그런 순간에 웃는구나


오늘 혼자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까

외로웠겠더라 내 세계에서

 

자네 외로웠어?

여기서?

 

내가 나인걸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게

꽤 막막하더라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

잠깐 이쪽으로 와봐

뭐 도와줘?

쓰담쓰담해주고 싶은데

손이 없어서

처음 아닌 거 같은데?

 

뭐가? 연애?

왜? 검색해도 안 나와?

요리는 왜 이렇게 잘해

라면 끓여주나 했더니

맛없다더니

 

맛있었어

그래서 직접 했단 말 거짓말인 줄 알았지

노 상궁이 요리를 가르쳤어

기미를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음식은

내가 한 거니까

검색해봤던데 금친왕 이림

 

진짜 잘 컸던데

 

이제다 알았겠네

자네가 어떤 루트 앞에 서 있는지

나의 지옥이자 나의 역사야

내 아버지를 시해하고

내 목의 조른 자의 욕망이

내 몸에 그어놓은

그래서 난 당숙의 염려와

노 상궁의 눈물 속에 컸어

그게 노 상궁이 자네에게

친절하지 않은 이유야

섭섭해 말라고

그게 다야?

아니 이 정도 사연이면

안아준다거나, 안아주겠다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신분증은 안 보여줄 거야?

나 이제 가야지

안 보낼 건데

자네 여기서 살아야 해

진짜 안 보낼 건데

내 명 한마디면, 자넨 못 가는데


거기 112죠?

 

여기 삼중 아파트 놀이터 뒨데요

여섯 명에서 한 명 때리고 있어요

저게 미쳤나 전화 안 끊어?

진짜 뒤지고 싶냐

예 저는 북촌고 1학년 정태을이고요

가해 학생 여섯 명도 우리 학교 교복 입고 있어요

뭐하냐 가서 뺏어

미친년이 뒤지려고

야 내가 네 얼굴도 알고,

니네 집도 다 아는데

 

야 나도 니 얼굴 알아

그러니까 튈 생각하지 마

내가 유단자거든

근데 2:6이면 정당방위야

남자라고 안 봐줘, 나


어디 가게?

뭔 상관이야 비켜

어디 가냐고

아무 데나 왜

아무 데나 왜 가?

여기로 와

와서, 흰 띠부터 다시 따 너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

지키는 게 하나도 없어

인내했으니까 맞고만 있었지

 

그럼 노란띠부터 더는 안돼

신어 얼른


네-

네, 사실 확인하셨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NSC 소집하고

내일 일정 다 취소하세요


천천히 먹어

이거다 먹으면 신분증 보여줄게

잘 먹을게

이 스테이크 솥밥이 내 필살기야

이걸로 안 넘어오는 사람 없어

그렇겠다

누구해줬냐고 물어야지

질투하라고 한 이야기잖아

어차피 못 이기니까

그게 누구든,

이 세계사람일 테니까

자네가 여기 온 내내 가지고 다녔어

보여주면 간다고 할까 봐 못 꺼냈지

 

근데, 자네 세계보다

더 멀리 가고 있으면 어떡해

일단 확인해봐

남색자켓

맞네,내 신분증이 맞아

근데 말이 되나 이게

분명히 내껀데, 25년 전부터 여기 있었다고

누군가가 흘리고 갔어

근데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서

내가 그를 알아볼 수 있을지나 모르겠어

근데, 꼭 한번은 내 앞에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가 이 모든 일에

시작이거나, 끝일 테니까

풀기 어려운 문제 같지만

분명 간단하고 아름다운 식이 있을 거야

 

자넨 내가 찾던 답이고

 

이제부터 하나하나 증명해볼게

그게 누구든, 어느 세계사람이든

자네가 이겼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혼자 작별하지 마


일본 군함은 스펙이 어떻게 되죠?

일본 이지스함에는 SM2, SM3, SM6까지 실렸고

아스록도 탑재된 상태입니다

여기서 아스록은..

잠수함을 공격하는

대잠미사일이죠

 

아, 네 그렇습니다

우리도 있죠 ?

네 있습니다

쟤네 그냥 무역 협상 앞두고 생떼부리는 겁니다

전쟁 안 쉽습니다

경고 방송 좀 더 하고 기다리시죠

뭘 기다립니까?

우리 지금 밥 시켰습니까?


다들, 들으셨죠?

기다리고 싶으신 분들은

본인이 총리 되시거든 그렇게 하세요

저는 여기까지만 참겠습니다

전군, 전투 준비하세요

 

총리님 이건 황제 폐하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압니다, 황실 연결하세요


현재 일본해군의 이지스함의 다섯 척이

대한 제국 영해로 전속 항해 중입니다

저는 전투준비를 지시했습니다. 폐하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국토수호에 정치적 계산은 빼야 합니다 .

그렇게 한 겁니까?

40만 장병과 9천만

국민의 미래가 달린 판단입니다

정치적 계산은 없습니다 폐하

그런 판단이면 전 좀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선조들께서 하신 방법대로 ,

폐하

나라와 나라가 솔직하면 전쟁이 나는 겁니다

일본이 이렇게 솔직하게 나오면

우리도 솔직해져야죠가만 안 둔다고

 

일본은 우리 영해에

단 1센티도, 1미리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 손님의 신분증이 사라졌습니다

단속한다고 했는데 부족했나 봅니다

누구 짓인지 반드시 밝혀서,

노 상궁,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자네에게 지금 다 설명할 수도 없지만

어쩐지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25년 전부터 시작된,


해군이었어?

대의로 전역했고

믿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한제국에 군 통수권자야

믿어

 

황실은 가장 명예로운 순간이

군복을 입어

이기고 오겠다는 이야기야

명예롭게 돌아와서 금방 갈게

온다고?

기다려줄 건가

또 보자, 이곤

 

부르지 말라고 지은 이름 인줄 알았는데

자네만 부르라고 지은 이름이었군



아부지,많이 놀랐지?

내가 연락하려고 했는데

나도 어디 이상한 나라에

앨리스였어가지고

뭐 전화가 되나, 만날수가있나

걱정 많이 했지?

미안해, 아부지

너 집에 없었어?

 

몰랐어?

몰랐구나

너 근데 어디 갔었어?

잠복했어?

 

됐어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핸드폰을 들고 있지도 않았다

조금은 둥글어진 지구에서

나는 오로지 기다렸다

그의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는 1과0 사이를 지나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이므로


황제 폐하 승함

예비역 대의로 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왔습니다 함장님

이렇게 오실 줄 알았습니다

 

오늘, 이 함대에서 마지막으로

하선하는 승조원은 나일 것입니다

대한의 바다를 지켜주세요

대한제국 해군은 이겨놓고 싸웁니다

함께 싸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체 차렷

황제 폐하께 경례

 

필승


전쟁지식이 없는 여성 총리가

이런 상황에서 대치보다는 협상할 거라는 판단도 있었을 겁니다

난 누가 쳐다만 봐도 먼저 치는 쪽인데,

미치다 수상이 약수를 뒀네요

우리에게는 신의 한 수가 있고


폐하께서 이순신함에 승함하셨습니다

함장님

자칫하면 황천을 타겠네요

 

어차피 이길 것 빨리 이길까요?

예 폐하 전 함대 전투준비 완료했습니다

좋습니다

어기 올리고 전 함대 전속 기동 시작합니다

지금 즉각 대한제국 영해를 벗어나라

다시 한번 경고한다 즉각 대한제국 영해를 벗어나라

즉각 대한제국 영해를 벗어나라

적함의 속도가 전혀 줄지 않습니다. 폐하

이젠 정말 위험할 실수도 있습니다

공격에서 방어로 작전을

전환하셔야 합니다

조대장 안소령

지금부터 내 걱정은 나만 합니다

그대들이 오늘 지켜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이 바다입니다

 

이의 있습니까?

예, 폐하

근접 방어무기 타격

폐하, 자칫하면 격파 사격으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전쟁입니다

 

일본은 지금 우리 영에 있고

경고사격이면 많이 봐주는 거야

마지막으로 봐주는 거고

함장님 말씀 듣겠습니다

함장님도 저 말리십니까

오늘 이런 순간에 물러서지 말라고

30년을 훈련했습니다

명하십시오. 폐하

박살 내겠습니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이지스함 함수 전방 30야드

조준 준비


그쪽 세계에서 샀어

메이드인 대한제국

말했잖아

이곳엔 바람도, 비도,

태양도, 시간도 없다고

이곳엔 꽃이 피지 않아

 

모르지,

아무도 꽃씨를 안 뿌려봤다면,


너 다른 세계에 왔다고 안 피고 그러면 못써

네 친구들은 더 혹독한 곳에 있다구

相思花, 이룰 수 없는 사랑


07시 40분 현재 일본해군함대는

우리의 영해 밖으로 완전히 물러났습니다

조국을 위해 용감히

싸워준 장병들과

황제 폐하께 존경을 표합니다


가, 졸려

다른 세계 넘는 것보다

이 선 넘는 게 더 힘들어

봐줬다

갈 테니까 자네 꼭 잘 자야 해


뭐 하나 남겨놓긴 했네

고맙다는 뜻이야

 

좋은 밤 되게

난 자네 덕분에 참 좋은 밤이야


노 상궁의 염려가 맞았다

나는 위험해졌다

역적 이림은 살아있고

이림에게 더해진 것은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었다

처음부터 그 역모의 목적이

식적이었던 거면

식적의 반은 내게 있고

그럼 그는 반드시

내게 있는 반쪽을 찾으러 오겠구나


형님 나 믿어?

믿어 뭔데

아, 믿는다니까 더 말을 못하겠네

좀 더 잘 만들어서 이야기할 게

뭐가 있긴 있는데

지금은 너무 공상과학이라

과학 정도 되면 이야기할게



자네 잘 있었어?

나 기다렸고?

그러니까 노 상궁의 염려는 틀렸다

정태을이 나에게 위험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태을에게 위험한 것이다


The King : The Eternal Monarch


 

© な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