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언제부터야?
언제 알았어, 내가 누군지?
어쩌면, 그날
네 눈을 처음 봤을 때부터
와, 연기 진짜 소름이다
오스카는 껌이겠는데?
재밌었니? 알면서 모르는 척 가증스럽게
감히 날 갖고 놀아?
너도 마찬가지였지
그날 밤 말했잖아
가증 떨면서 연기하는 게 지쳤니?
왜 이제 와서 아는 척이야
제대로 끝내고 싶어서
고마웠어,
그날 얼음 강에서 나 구해 준 거
미안했어
먼저 좋아해 놓고 도망쳐 버린 거
돌아선 순간부터 후회했어
됐어, 집어치워
그날 여기까지 와서 이 얘길 못 했어
그만 지껄여
그게 미련이 남아서
두고두고 널 잊지 못했나 봐
이젠 별 미련이 없어?
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버거워
형은 되고 난 왜 안 돼?
나도 책임져,
나도 너 필요해
나 더 이상
누군가한테 필요한 사람
되고 싶지 않아
넌 나 거절 못 해
넌 내가 살렸고 내가 구한 목숨이야
그래서 고맙다고 했지?
네가 그날 건져 올려 준 덕분에
내 이번 생은 진짜 거지 같거든?
가면 죽여 버릴 거야
넌 도망 못 가, 넌 내 거라고
미쳤어?
진짜 죽고 싶어?
가지 마
나랑 같이 살자
나랑 계약했어
내 동화책 삽화 작가로
작업실은 여기
응, 으, 으, 을은 갑의 으, 을은 갑의
으, 을은 갑의 작업실에서 상주하여
삽화를 그, 그, 그린다, 어?
내가 말했지? 넌 도망 못 간다고
그거 이리 줘, 형
싫어, 내, 내, 내 거야, 싫어
그거 나쁜 거야, 형이 속는 거라고
안 돼, 안 돼, 내 거야, 내 거야
나는 내 거야, 내 거
나는 내 거야, 문상태는 문상태 거야
문상태는 네 게 아니야! 문상태 거야!
내 거야, 나는 내 거야
문상태, 문상태 거야!
그만해
문상태 거야
네 거 아니야, 아니야!
그만하라고
내 거야, 내 거야!
내 거야, 내 거야!
오빠, 우리 집에 들어가 있어
문상태는 문상태 거야
어서
문상태는, 문상태는 네 거 아니야
네 거 아니야, 문상태는 문상태 거야
네 거 아니야!
너희 형은 너 버렸어
이제 네가 선택해
너도 형을 버릴지 아니면
형한테 평생 붙잡혀 살지
그때처럼 등신같이
이랬다저랬다 하지 말고
줄까, 말까
오빠, 걱정하지 마
걘 오빠 못 버려
강태야, 형 응원해 줘
여태 살 수 있게 보살폈으면
이제는 할 수 있게 밀어주는 단계로 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사람
그거 막는 거 아니야, 막아지지도 않고
문영아
너 자신도 통제 못 해서
허구한 날 빵빵 터트리는 애가
지금 누구를 껴안고 가겠다는 거야?
그러다 쌍으로 터지면?
안전핀
뭐? 뭔 핀?
안전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스톱
어
차 키 줘
차 키... 왜?
여기 산길 험해서 나도 SUV 필요해
어차피 내 차잖아? 잘 가
이번에도 형을 선택했네?
몇 가지 조건이 있어
그 선택의 이유 중에 나는 없는 건가?
평일에만 상주하고
주말엔 우리 집으로 돌아갈 거야
진짜 전혀 없어?
형이 싫다고 하면, 언제든 나갈 거고
눈곱만큼도?
그리고, 형을 최대한 존중해 줘
그래, 그럴게
어떻게 믿지?
혈서라도 쓸까?
약속은 코 풀고 버리는 종이라며
지킬 거야
너랑 한 약속이니까
어릴 때 내가 쓰던 방이야
침대 하나 이쪽에 더 놔야겠네
내 방 엄청 이뻐
침대 처음 써 봐?
아니
아, 이, 이불...언제 빤 거야?
20년 전쯤? 진정한 빈티지지
오, 안에도 밖에도 너무 좋아!
형, 형, 형, 형, 형!
엄청 좋아!
오, 엄청 물렁물렁 오, 물렁물렁
물렁물렁 이거 내 침, 내 침대야? 어?
와, 엄청 좋아
오빠
혹시 '푸른 수염'이라고 알아?
옛날 옛날에 푸른 수염을 가진 백작이
거대한 성에 홀로 살고 있었어
그는 엄청난 부자였지만
푸른색 수염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가 그를 두려워하며 피했지
그러던 어느 날, 한 가난한 여인이
푸른 수염의 신부가 되겠다며
그의 성을 찾아왔어
푸른 수염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각 방마다 들어 있던 금은보화를
아내에게 모두 선물로 내어 주었지
하지만 딱 하나, 지하실에 있는 방
그 방만은 절대 열어선 안 된다고 경고를 해
하지만 호기심 많던 아내는
결국 남편 몰래 그 비밀의 문을 열고 말지
그 방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죽은 여인들의 시체가 쭉
벽에 걸려 전시돼 있었어
그동안 푸른 수염의 경고를 무시하고
방문을 몰래 열었던
아내들의 처참한 최후였던 거지
그게 끝이야?
응
형, 앞으로 지하실에 함부로 내려가지 마
여기 남의 집이잖아
근데, 근데 마을 사람들은 왜
푸, 푸른 수염을 무서워했지?
자기들이랑 다르니까
수염이 푸른색이잖아
다르면 무서운 거야?
그런가 봐
다르면 성에 혼자 사는 거야?
아니
푸른색 수염이어도 상관없다고
정말 괜찮다고, 이해하고 인정해 주는
진짜 신부가 언젠가 나타나겠지
어, 작가님 아, 아, 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이, 이불 빨래 하고
자, 장 보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작가님은 처자고
와서 밥 먹어, 형, 손 씻고 와
아침 어떻게 해?
우린 그냥 간단히 밥 먹는데
빵?
밥
많이
더 줘?
콜
다음부턴 따로 오자 쓸데없는 오해 생겨
몇 시에 끝나? 같이 가자, 기다릴게
작가님 차 휘발유입니까? 경유입니까?
이거 냄새는 휘발유인데, 어?
내가 여기서 널 얼마나 기다렸다고
안 본 새 많이 말랐네
그래도 엄마한테는 내 딸이 제일 이쁘다
왜 아무 말이 없어?
그깟 성형 좀 했다고 엄마 못 알아보는 거야?
어, 엄마?
진짜...엄마야?
돌아온 거야?
얘가 왜 이래?
꼴랑 공연 한 달 갔다 오더니 영 딴 사람처럼 구네?
공연?
내가 전화로 얘기했지?
완전 네 스타일인 남자 하나 찜해 놨다고
엄마 말 잘 들어서 손해 볼 거 하나도 없어
그냥 일단 만나 , 너도 마음에 들걸?
키도 훤칠하고 몸도 딴딴한데 무엇보다
눈빛이, 눈빛이 아주 좋아
이런 미친!
강은자 님?
이제 투약 시간이라 병실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그 집에서 나와요
보호사님과 형님분, 거기 있으면 안 됩니다
왜죠?
문영이 옆은 내 자리니까
당신 걔 감당 못 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나는 10년 동안, 문영이 옆에서 견디고 버텼어
그동안 간, 쓸개 다 빼 주고
목숨 걸고 영혼까지 바쳐서 걔를 지켜 왔다고
왜요?
뭘 위해서?
그야 뭐, 그 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돈? 그 여자 책 팔아서, 돈 좀 버셨죠
대가를 충분히 받아 놓고
왜 일방적인 희생인 것처럼 뻐기시죠?
뭐? 뻐기다니!
내가 걔를 돈벌이 도구로만 여겼으면
내 회사 말아먹을 때 당장에 그냥 갖다 버렸어
문영이랑 나랑은 그깟 그, 자본주의로
얽혀 있는 그런 단순한 사이가 아니라니까?
그럼 뭡니까?
문영이한테 난, 회사 대표이자,
스승이자, 오빠이자, 남자!
암튼 뭐 그 옆은 내 자리니까
아, 비켜요, 당장
싫어
어?
안 비켜
제발!
제발, 그 엄마 소리 좀 그만해
엄마를 엄마라고 하지, 그럼...
엄마는 죽었어
뭐?
우리 엄마는 죽었다고
머리가 깨져서 피가 터지고
아, 아니야...
사지가 뒤틀려서 너덜너덜했어
아니야, 안 죽었어
그 핏자국이 아직도 바닥에 그대로 있다고
아니야
그러니까 아줌마
제발 꿈에서 깨
오늘 기분이 별로구나?
엄마, 푸른 수염은
왜 아내들을 다 죽였어요?
아내들이 자기 말을 안 들어서
넌 엄마 말 잘 들어야 돼
그래야 착한 딸이지? 대답해
네, 잘 들을게요
그래, 착하다
근데 왜 데려왔어!
엄마가 경고했지?
널 구하러 온 왕자도 죽일 거라고
고문영!
도망가, 도망가
괜찮아, 고문영, 꿈이야
도망가, 제발 도망가, 빨리
당장 꺼져!
그래, 안 갈게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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