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따듯하다


제법인데?

 

급한 대로 여기서 몸부터 녹여

그래, 그러자

너 혼자

어서오세요, 아이고

아주 그냥 홀딱들 젖으셨네들

뭐, 숙박? 대실?

아, 저

 

무슨 방 줄까요?거울 방? 테마 방? 코스튬?

아니요, 그..

일로 와 바

일로 와 봐, 아유

옵션 필요해? 어?

러브 체어 , 전동 침대, 수갑, 채찍?

내가 현금가 디시 10% 해 줄게

가자

 

월풀 욕조 서비스 내가 줄게

딴 데는 얘기하지 마

가자, 빨리

싫어, 난 여기 마음에 들어

집으로 가, 데려다줄게

가다 얼어 죽을 일 있어?

여기 방은 아주 후끈해요

집이 여기서 멀어?

먼 게 문제야?

장대비가 퍼붓는데,

바이크를 끌고 온 네 센스가 문제지

그럼 지금이라도 택시 타고 가든가, 혼자

돈 줘, 택시비

너, 설마

어, 지갑, 핸드폰 다 두고 나왔어

그럼 너, 내가 데리러 안 갔으면,

밤새 비 맞고 걸었겠지, 광년이처럼

그러니까 제발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행동을 해

터지는 대로 폭주하지 말고, 좀

그 어둡고 외진 데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줄 알고

무작정 걸어?

혼자 겁도 없이,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네가 왜 화를 내?

내가 밤새 빗속을 걷든,

빗속에 스트립쇼를 하든,

 

네가 왜 흥분을 하냐고,

내가 걱정돼?

속상하니?

마음이 아파?

너, 나 좋아해?

아니,

내가 진짜 몰라서 그래

알잖아

난 죽었다 깨나도 네 감정이

뭔지 모르는 빈 깡통인 거

지금 네 감정은 어때?

말해 봐

응? 왜 말을 못 해?

너도 깡통이니?

나는, 나는..

방 하나, 방 하나 주세요

 

그냥 깨끗하고 따뜻한 방

5만원 주세요

뭐야, 돈 없어? 핸드폰은?

아, 엄청 급하게 나왔나 봐

생각이란 걸 미처 못 하고 행동할 만큼

괜찮아,

남자가 본능대로 움직인 건,

죄가 아니야

시동 켜



취향이 참,

물기부터 닦아


형, 화 많이 났어?

아까 소리 질러서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형, 아퍼, 아프다고

 

나 오늘 뺨 맞았어,나 엄청 세개 맞아서

입안도 다 터지고, 귀도 막 잘 안들리는 거 같고

볼은 땡땡 부어서 완전 혹부리 영감 됐는데

나 어떡해?

혹부리?

혹부리 영감은 어, 어디 있어?

혹부리 영감? 혹부리?

어? 어?

혹이 쏙 들어갔네?

오, 오, 완전 신기해

 

유 라이어!

유, 유, 유, 유 라이어 유, 유, 유, 라이어, 라, 라이어

라이어, 라이어, 어?

거, 거, 거짓말은 나쁜 거고 속임수고 경찰에 잡혀간댔지, 어?

피노키오 나쁜 놈

양치기 소년 나, 나쁜 놈

거짓말을 했으므로 혼나야지, 어? 맴매를 맞아야지

나쁜 어른이 된다는데 계속할 거야?

왜 말, 왜 말이 없어, 말이 없어, 응?

잘못했으니까 말이 없지, 응? 아파


어디 우렁 각시 년이라도 있어?

 

환갑 넘은 집주인 아줌마야

어쩐지 요리에 연륜이, 응

됐으니까 먹어

이 각시 내가 데려가서 살고 싶다

잘하네

거기서 밥은 어떻게 먹어?

굶어

자기 팔다리 잘라 줄 엄마가 난 없거든

너처럼 우렁 각시도 없고

대충 하고 이리 와, 누워

넌 전생에 머슴이었나 보다,

난 마님이고

일하는 뒷모습이

맛있어 보이네

아, 맛있어가 아니라

멋있어 보인다고

실수,실수

일어나, 택시비 줄 테니까 빨리 집에 가

싫어, 여기서 자고 갈 거야

누구 마음대로 자고 가?

내 마음대로

일어나, 빨리

싫어, 여기서 잘 거야

끌어낸다

끌고 온 건 너야

자고 가라곤 안 했어

일어나, 일어나, 빨리

입히고 먹였으면 재우는 게 순서지

나 신생아 안 키워, 놔, 빨리

놔, 소리 지른다?

아, 나가라고!

오빠! 상태 오빠!

친구야 같이 밥 먹자


어,어 재수야

야, 넌 뭔, 뭔 땀을 이렇게,

어, 어, 아이,

방안이 좀 덥네 많이

아, 더워 넌 안덥냐 ?

너 갱년기야?

너 진짜 오늘 여러모로 이상해 너 진짜, 아유

뭐가?

 

야, 처, 처, 처, 청, 청승맞게

혼자 밥 먹고 있을 거 같아서

생각해서 올라왔더니만 이거, 이...

아, 나 밥 먹었어

버, 버, 버, 벌써?

어, 야, 너 밥 다 식겠다 내려가서 밥부터 먹어

야, 너, 너 수상해, 이씨, 너...

형님도 안 데려가고 말이야, 너...

아이, 형 너랑 있는데, 뭐

혼자 뭐 하는 거야

어, 재수야, 오, 오, 재수야

문 열어 ,열어 빨리

여, 열어, 빨리

자고 가게 하면 열어 줄게

하, 일단 열어, 열면...

끌어내겠지

아니야, 안 끌어내

진짜?

응, 진짜 일단 열어 봐

알았어

열었어

이러고 있으니까

우리 꼭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그러네, 철천지원수

만나선 안 될 악연

인연이지, 운명이고

비극적 운명이지, 둘 다 죽으니까

왜 다 죽었는지 알아?

잠드는 약을 줄리엣 혼자 마셨거든

둘이 같이 먹고 잠들었으면 안 죽었어

그러니까 우린 나란히 같이 자자

무슨 그, 개뼈다귀 같은 논리야 빨리 문 안 열어?

자고 갈 거야

열어 -

 

넌 내 옆에서 자

문 부수기 전에 빨리 열어

형이랑 셋이 같이 잘까?오빠!

문 열어


연기 잘하더라?

배우를 하지, 왜 보호사를 해?

네 거짓엔 진정성이 있어

속아 주고 싶을 만큼

형은, 우리 형은

내 얼굴을 항상 보고 있어

내 눈빛, 눈썹 모양,

입꼬리, 주름 하나하나

표정을 관찰해서

내 기분을 파악해

온몸이 찢어질 만큼 아프고

마음이 죽도록 괴로워도

내가 억지로 웃어만 주면

형은 그걸 보고 내가 행복하다고 믿어

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야

가짜여도 상관없어

웃어 주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그럼 나한테도 웃어 줘

어렵지 않다며, 웃어 봐

빨리 자, 늦었어

어렸을 때도 그랬어?

사진 봤어, 그때도 가짜였어?

몰라, 오래전이라 기억 안 나

그럼 그 여자는?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나랑 눈빛이 닮은 그 여자

생각날 때 있어?

보고 싶어?

아니, 잊고 싶어

와, 엄청 나쁜 년이었나 보네

나쁜 놈이었지, 내가

그 앤 날 살려 줬는데

도망쳤어, 비겁하게

그 뒤로 쭉,

도망치는 중이야

근데 아깐 왜 왔어?

도망쳤어야지, 나한테 달려왔잖아

그래서 지금 후회 중이야

그래도 뭐...

좀 멋있었어



그러니까 네가 문강태 그 남자를

이 집에 들인 거다?

그래, 집도 내가 소개시켜 줬고

병원도 내가 소개시켜 줬어

선택은 강태 씨가 한 거고

꼭 너 때문에 성진시로 돌아왔단 소리로 들리네?

좋아하니? 맞네, 고백은?

네가 알 거 없잖아

난 했는데

'사랑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이렇게 뜨겁게 고백했지

거짓말하지 마

진짜야, 자꾸 나한테 뭘 기대하는

눈빛으로 매달리길래 원하는 걸 준 거지

적선하니?

도둑년

 

뭐?

침 흘리지 마

걘 예전부터 내 꺼였어

 

넌 네가 찍으면 다 네 거지?

네 게 안 되면 망가뜨려서라도 손에 집어넣고

데리고 놀다 싫증 나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겠지

그게 사랑이니? 네 집착이고 탐욕이지

까고 있네, 호박씨, 내숭, 가식

착한 척, 약한 척, 순진한 척

그래서 네가 애들한테 왕따당한 거야, 알아?

이씨, 미친

씨, 못돼 처먹은 마귀 할망구 같은 게, 씨

죽을래? 아씨, 너나 죽어, 씨

야, 너 쥐약 먹었냐?

이씨, 약은 네가 먹어야지!

야, 이거 안 놔?

야! - 약 먹었냐?

 

고문영!

손 놔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저년이 먼저 때렸다고!

그만해

아, 왜

왜 나한테 지랄이야 저 호박씨가 먼저 때렸는데?

누가 먼저건 관심 없어

근데 왜 저년 편만 들어?

누가?

'고문영!'

아까 내 이름만 불렀잖아, 네가

 

유치하게 굴지 말고 집에나 가

같이 가

이 거지 같은 집에서 당장 나와

너 여기 못 둬

신경 꺼, 어디서 살건

그건 내가 알아서 해

그리고, 나 네 거 아니야

언제부터 들었어?

사랑해

사랑한다고 부터

자, 그때 네가 적선해 준 사랑

돈으로 환산해 돌려줄게

이씨!

호박씨 같은 년


둘이 사귀어?

너 그 사이코 좋아하니?

벌써 취했냐?

근데 그 빗속에 알베르토를 왜 끌고 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왜 등에 매달고 기어들어 와?

밥은 왜 먹여, 잠은 왜 재우고?

너 자선 사업 하니? 종교 생겼어?

술이 싱겁네

강태야, 안 하던 짓 하지 말자

 


형, 자?

형, 내가 좋아, 고문영이 좋아?

난 형이 더 좋아, 형이 내 전부야



오빠, 나랑 놀래?


어디야?

알았어

어디인 줄 알고?

알아

네가 어떻게?

가 봤으니까

뭐?

네가 나를 구해 주고

내가 너한테서 도망쳤던, 그때

너 설마, 알고 있었어?

갈게, 기다려

오빠, 내가 옛날얘기 하나 해 줄까?

옛날 옛날 깊은 숲속, 저주받은 성에

한 소녀가 살았어

소녀의 엄마는 딸에게 늘 말했지

넌 너무 특별해서

절대 바깥세상과 어우러져 살 수 없다고

반드시, 이 성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소녀는 그 성이 꼭 감옥 같았어

그래서 달님께 늘 기도했지

제발 나를 구해 줄 멋진 왕자님을 보내 주세요

오늘은 올까, 내일은 혹시 올까

소녀는, 매일매일 기다렸어



It's Okay to Not Be O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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