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E15



자, 자, 이제 시작할 것 같습니다

대국민 수사 발표가 있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남동부지방검찰청 정인국 검사입니다
저는 지난 1년간 바벨그룹의 6가지 
혐의에 대해 수사해 왔습니다
모두 죄질이 나쁜 기업 비리로
국가 경제와 법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혐의들이었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오!

속 시원해

하지만 이제 국민 여러분께 
진실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 장국환 회장 시절
저는 공명심에 젖어 바벨그룹을 
과잉 수사 했고 좌천당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개인감정으로
수사에 임했고 입증되지 않은 사실들로
바벨의 장한석 회장을 기소하려 하였습니다

뭐라는 겨, 저거, 미친 겨?

그리고 어제 역시 과잉 수사로 
바벨그룹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아니, 저 사람 정 검사 맞아요?

넘어간 것 같아요, 정 검사

저 인간, 배신 때린 거야?

오늘 이 발표는
저의 양심 고백과 더불어
저희 남동부지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입니다


오늘부로 바벨그룹에 대한 
모든 혐의는 무혐의 처분 되고
수사는 종결될 예정입니다
국민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나중에 가요, 변호사님

가서 따귀 한 방 갈겨 줘야죠

가 봤자 정 검사 우리 안 만나 줘요

나중에 가요

이거 정말 너무하잖아요
아니, 바벨을 그렇게 증오하던 사람이
어떻게 단 한 순간에
아니, 왜 우리는 예상을 못 했을까요

날아오는 칼은 피할 수 있지만
숨겨졌던 칼을 피하지는 못해요
변호사님은 화 안 나요?

화, 많이 나요
이런 상황이 익숙할 뿐이에요

정 검사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되갚아 줄 거예요

배신을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우리만 손해예요
큰 배신일수록
신중하게 대처해야 돼요


나를 죽이는 건 상관없는데
아내와 딸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걱정하지 마
난 너 같은 인간이 아니니까

내가 지금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뭐, 뭐든 하겠습니다

사람이 정말 악해졌을 때 
그 기준이 뭔지 알아?

무슨 짓을 하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될 때야
넌 이제 그 기준을 넘었어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아직 널 죽일 생각 없어
배신자를 일찍 죽이는 건 
최고의 관용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네가 모든 걸 누리게 됐을 때
그때 널 죽일 거야


변호사님
말씀드릴 게 있어요
제 사건
재심 신청하고 싶어요
정말요?

갑자기 왜 생각을 바꾸셨어요?

사실 재심 신청하고 
싶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매일 하고 싶었죠
하지만 망설여졌어요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더라고요
근데 이제 죽음이 가까워 오니까
겨우 용기가 나네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들어주실 수 있어요?

변호사님 생각은 어떠세요?
전 변호사님 뜻에 따를게요

예, 재심 신청하죠

바로 준비할게요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됐다
넌 목숨을 건졌다

운명이란 용감한 자 앞에서는 약하고
나약한 자 앞에서는 강한 법이지
넌 용감하게 잘 이겨 냈다, 응

고맙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사장님

지금 좀 뵐 수 있을까요? 
프라자로 가겠습니다

주차장에서 뵙죠

예, 그러시죠




VINCEN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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