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E08


어머머, 어머머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은데?

아니, 왜 우리만 가둬요? 아니, 진짜
아니, 가만히 가고 있는데 
갑자기 팼다니까요, 여기, 여기

아니, 여기 이거, 이거
옷 찢어진 거 안 보여요, 어?
야, 너 성희롱이야, 너, 너, 어?

하, 성희롱?

새 옷인데, 씨

내가 마음먹고 기술 들어갔으면은
저 새끼들 다 폴더 폰 됐다니까요

아유, 씨
뭘 봐, 인마, 씨

저, 스님이 사람 때리는 거 
보신 적 있습니까, 형사님?

하, 참, 저 땡중, 씨
아니, 말만 걸었는데
갑자기 날아 차기 하고 
사람 막 뒤집어 던지고
깃발로 막 때리고 깃발 어디 있어, 깃발?
저거, 저거 완전 흉기라고!

 아, 이 형사님, 아시잖아, 올 화이트야
우리가 제대로 접수하려면 안 이러지
알잖아, 왜 이래?

아, 좀 조용, 조용!
아, 조용히 좀

조용, 조용, 조용!

아, 뭡니까?

금가프라자 세입자들 변호사입니다

저도요


느그 보내 준 거 그, 
바벨화학 피해자 보상안
보긴 봤다
너, 뭐, 로또 맞았나?

로또라니요
그 정도면 양호한 거죠?

아무리 바벨 회장이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쳐도
이거는 도가 너무 지나치잖아

그럼 뭐, 형사 소송 가야죠, 뭐
우린 정말 생각해 줘서 
보상으로 끝내는 건데?

이 보상은 이거는 바벨에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가라, 소송

저기, 그…
이 정도면 바벨 회장님도 
받아들이시지 않을까요?


진짜 그리 생각하나?

그냥 짱 변 말 듣죠
음, 날이 갈수록 똘똘해져, 우리 짱 변

그럼 내가 검토해 보고
바벨에 얘기는 해 볼게
느그 솔직히 한번 말해 보자
바벨 조질 거 뭐, 더 남았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서요
이미 침몰하고 있는 배에
구멍 한두 개쯤 더 뚫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변호사님?

그렇죠
변호사님이랑 대표님은
침몰하는 배 갑판 위에서
바이올린이나 켜세요

내가 니를 콩밥을 며칠 더 멕였어야, 저기
좀 나아졌을 긴데
타이타닉이 될지, 핵 잠수함이 될지는
더 두고 봅시다, 응?


나 한국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아니, 왜, 그때 변호사님이 알려 준 거 있잖아요

아, 그거?

아직 정신 덜 차렸구나?


변호인입니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진통제 투약밖엔 없습니다

얼마나 더 버티실 수 있을까요?

뭐, 환자의 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며칠 내외입니다
가족이 있다면 빨리 
알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형 집행 정지부터 신청해야겠어요
진단서 제출하면 허가될 거예요
사무장님이 계속 알아보고 계신데
딱히 연락할 가족이 없대요
괜찮으세요, 오경자 씨?
저 홍유찬 변호사님 딸 
홍차영 변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다시는 못 뵐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안 좋았으면 
교도소에 말을 했어야죠

참을 만해서 그냥 있었어요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형 집행 정지 신청할 거예요

허가 나면 바로 치료받으세요

제가 치료받을 처지가 안 돼서요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괜히 신세 지기 싫습니다

오경자 씨
그냥 받으라면 좀 받으세요!


은행 관련된 거 말고
황민성 은행장 개인에 대한 정보예요
은행장 지금까지 네 번이나 고소당했어요
데이트 폭력으로

데이트 폭력이요?

응?

어?

응?

어, 근데 다 젊은 남자들이네요?

그럴 수 있죠

이건 개인 성향의 문제예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성 간이든 아니든
데이트 폭력은 명백한 폭력이라는 거예요

피해 과정은요?

클럽 모임에서 마음에 드는 대상에게 
접근을 했고 환심을 샀어요

시간을 보내다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었고요

아니, 이분은 실명까지 했네요

고소한 피해자들은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더 이상 공론화도 못 했어요
기소되지 않은 이유는 
역시나 우상 때문이겠네요?
네, 당시 검사가 최명희였어요
한승혁 대표랑 짬짜미했겠죠

아, 그러니까
최명희는 이걸로 약점을 잡아서
신광은행을 바벨의 구세주로 삼은 거네요
근데 이 건을 빌미로 
투자 협약을 깰 순 없어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은행장과 협약을 무너뜨릴 수 있어요

방법이 있어요?
옴므 파탈을 이용하는 거죠
은행장을 파멸시킬 치명적인 누군가
제가 따로 조사를 좀 해 봤는데

은행장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명확하대요
일단 하얀 얼굴에
초롱초롱 빛나는 눈
소년미가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지적인 느낌

결정적으로

그만
꿈도 꾸지 마

차분한 목소리와 냉정한 말투!

뭘 봐요
무슨 뜻이야?

아유, 안 해!
아, 나 이거 못 해!

잠깐만, 생각 좀 해 보세요

화내지 말고 한번 생각해 보라고요 

생각하긴 뭘 생각을 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사무장님, 일단 막아요

나와, 나와요, 사무장님
아, 나 이거 못 해요, 정말 이거 아니야!

그냥 척만 하는 건데요, 뭐
그리고 이 일은 정의 구현을 위한 거라고요

정의 구현 같은 거 난 모르겠고
그냥 나는 못 하겠다고요

그냥 변호사님은 가만히 있으면 돼요
그러면 알아서 빠질 거예요
그렇죠, 사무장님?

제, 제가 말씀을 안 드려서 그렇지
빈센조 변호사님은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지 마, 진짜

이거는 백 퍼 먹힌다니까?
투자 협약 막고 오경자 씨 복수도 해야죠

아, 그래도 이거 아니야

아, 이거 진짜 아니에요, 이거 아니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내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코치해 줄게요
변호사님 덜 당황하도록

할 수 있다

아, 안 돼, 아, 이거 아니야!
아, 나, 이거, 이거 
아니야 이거 아니에요

아, 하지 마, 하지 마,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


유학파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만 밟아 왔는데
사회성은 부족하대요
거의 혼자 시간을 보낸대요
거기다 지독한 마마보이라서
현재 신광금융 회장인 어머니 말만 듣고요

아참 승마 마니아래요
일주일에 하루씩은 꼭 말과 함께 있어요

하, 네아르센
제발 오늘은 말 좀 듣자, 응? 제발

고집이 센 녀석인 모양입니다

이름이 뭐죠? 

황민성입니다

네아르센입니다

음, 네아르센
그럼 네아르코 후손 같은데
혹시 노던 댄서계인가요?

예, 맞습니다

노던 댄서계 녀석들은
신뢰감을 쌓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의심이 많은 녀석들이라서요
인내가 좀 필요하죠

말에 대한 조예가 깊으시네요

아, 지푸라기가

제가 이 친구를 좀 다뤄 봐도 될까요?

네, 아주 거칠게 다뤄 주세요


어, 깜짝이야

왜 그래요?
묻어 가지고 떼 주려고 했더니만

오늘 밤에 술 마시재요
나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소름이 막, 내 옷을 뚫고 
나오려고 한다니까, 지금

아, 여기 추워서 그래
아유, 아유, 추워, 추워, 추워, 추워
까짓것, 술 한잔 더 해요
긴장 풀어지면 더 공략하기 쉬워질 거예요

아니, 공략이고 뭐고!
공략이고 뭐고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니까요!

씁! 당신은 마피아의 변호사예요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냉철하죠
절대 목표를 놓치지 않아요
그게 바로 빈센조 까사노의 매력이에요

아, 됐어요, 아유

할 수 있다 파이팅
빈센조 까사노 잘생겼다, 예!

말 뒤에서 큰 소리 내는 게 제일 위험해요
잘못하면 뒷발에 차여요 조심해요


짠 할까요?

아, 예

은행장은 이상한 곳에 꽂히는 게 
몇 개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외자 이름이에요

태호?

아, 변호사시군요?

아, 예 작은 로펌 하나 운영 중입니다
온리 유

왠지 그런 기분 아십니까?
처음 뵈었는데 소울메이트를 
만난 느낌이요

아, 예
저도 그런 기분입니다

저보다 형 같은데
형, 형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아니요, 그냥
이름을 불러 주세요

이름

네, 태호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 말고
그냥 순수한 친구 관계였으면 좋겠습니다
은행장님
서로 일 얘기 하지 말고요

정말 제 마음에 꼭 들어와 계신 것 같아요
제가 바라던 바예요

한잔하실까요?


아, 나는 난 네가 정말 부러워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신광은행의 은행장이 된 거야?

태호



내가 어떻게 은행장이 됐는지 알아?

어떻게?

우리 아버지가 신광금융 회장일 때
나 은행장 되는 거 무조건 반대했거든
자기는 여자한테 못된 짓 하면서 
살면서 말이야 회사든 집의 도우미든
하, 여자라면 전부 다 그냥, 아유
노인네, 정말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또 가사 도우미 
아줌마를 희롱한 거야 아줌마가 
싫다고 막 난리를 치다가 그냥 확

확 밀어 버렸지

그런데 그 광경을 엄마가 몰래 보고 있었어
문틈으로

 

보고 있었다고?

어 근데 넘어진 아버지가 못 일어나는 거야
근데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엄마가 119에 신고를 안 했다는 거
그냥 돌아가시게 내버려 둔 거지

응, 빨리 신고하면
살 수 있었어?

응 주치의 말로는 10분만 
더 일찍 왔어도 수술 가능했다고

어머니는 왜 놔뒀대?

우리 엄마는 옛날부터
신광금융을 이끌고 싶어 하셨어
소원 이루셨지, 뭐

그럼 그 도우미 아줌마는?

다 뒤집어쓰고 감옥 갔지
아버지 살인죄로
태호?



진실을 세상에 밝힐 순 없잖아
우리 집안 체면이 있는데, 안 그래?

그래, 그렇지
집안 체면이 있는데

민성아
주말에 시간 어때?
나랑 같이 보낼까?

주말?
주말에 시간 많지


정말 오랜만에 온다, 이런 곳
우리 어릴 때로 돌아가서 
신나게 놀아 보자

그래

내가 뭐라 그랬어
확 빠질 거라 그랬죠?

정말 한 쌍의 선남선녀가 아니라
선남악남이네요

태호



뛰자, 꺄르르, 꺄르르

우와, 간다, 간다, 간다

날아라, 승리호!

그게 뭐야?

호호, 호호, 호호, 호호


아, 정말 몇 년 만에 실컷 놀았네
표, 표정이 왜 그래?
나 때문에 뭐 기분 상한 거 있어?

아니야, 내가 운전할게, 키 줘

무슨 일인데? 얘기해 봐

아무것도 아니야, 키 줘

얘기 안 하면 출발 못 해
어서 얘기해

우연히 뉴스를 봤어
신광은행이 바벨그룹과 
투자 협약을 체결한다고
응, 맞아, 근데 그게 왜?

바벨이 어떤지 네가 더 잘 알잖아
근데 바벨에 투자를 해?
잘못하면 네가 피해를 볼 수 있단,
미안해, 내가 주제넘게

이게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태호 그리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난 네가 잘못되는 게 정말 싫어서 그래

정말 너무 고마워
내 생각 해 줘서

나 너 더 이상 못 만나겠어
내가 약속을 깼어 비즈니스 
얘기 하는 거 아닌데
나 여기서 내릴게

아니야, 아니야
태호
난 괜찮아, 날 위해서 한 말이잖아

아니야,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야
나 따라오지 마

내 사무실에도 오지 말고!

 

태호!

따라오지 마
따라오지 마

홍차영, 진짜, 씨


바벨그룹 장한서 회장님과
신광은행 황민성 은행장님의 
서명식이 있겠습니다

나에 대한 너의 진심
네 결정으로 확인할게

태호

저는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응?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벨그룹은 부도덕하고 
부실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장님, 지금 뭐,
브라보!
요, 파워 오브 러브

전 이만 이 자리를 떠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태호? 태호, 태호, 태호
나 너무 무서워

거기 나오세요
나오세요, 나오세요
나오시라고요, 나오시라고
나오세요, 나오세요
저, 황민성 씨
당신을 폭행 치사 및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 합니다

뭐야! 무슨 근거로 체포를 해?

빈센조 까사노라는 분으로부터 
제보를 받았습니다

빈센조 까사노바?
이름이 뭐 그따위야!

뭐 하고 있어? 연행 안 하고?

이거 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회장님

무슨 죄가 있다고 연행을 해!
내가 누군 줄 알고

빈센조 까사노
그게 바로 나야

이거 놔, 이거 놓으라니까
이러시면 공무 집행 방해예요

내가 잡아 뜯은 데가
여기쯤이었나?

태호, 아니지?

수갑을 채워!

야, 빨리 연행해, 빨리

나오세요, 나오세요

최 변!

예, 제가 얼른 해결하겠습니다

먼저 갈 테니까, 해결하고 데리고 와!

태호! 태호!

걱정 말고 들어가 계십시오

들어가십시오


뭐야, 이게?

기자들이 모자란 것 같아서 
제가 좀 더 불렀습니다

야, 너 일로 와 봐
겁도 없이 어디서 장난질을 해?

회장님, 진정하세요

우리 회장님
차라리 운동할 때가 
더 똑똑한 것 같아

아, 이 새끼, 진짜

씁, 하, 회장님
 캄 다운, 응?

어째 그냥 지나간다 했다

계속 지다 보니까 학습이 된 모양입니다?


젊은 후배들 앞길 막는 것 같아서 
좀 느슨하게 해 줬더니
고마운 줄을 모르네

딸랑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이 장난 아니네요?

회장님, 다음에 투자받으면 지갑 간수 잘해요
조만간 제가 그 지갑 털어 드릴 테니까

야, 네 마음대로 해 봐
그전에 내가 너희들 먼저 
다 찢어 버릴 테니까

너 진짜 조심해라
내가 칼날 싹 새로 갈아 가지고 쓸라니까

들지도 않는 칼 쓰지 말고
그냥 타이타닉에서 
바이올린이나 켜라니까요?

우리 구명보트 타고 벌써 탈출했거든?
어떡하지? 응? 어떡할까?

오, 오! 부자들이 제일 먼저 탈출했죠!

그냥 배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괜히 가다가 상어 떼 만나지 마시고

그러면 영화가 바뀌겠네요

'타이타닉'에서 '죠스'로

바로 그거야

얘 뭐야?

아유, 나 쟤 어떡하지, 저거

느그 아버지처럼 되기 싫으면
제발 좀 닥치고 살아라

변호사님
기자 여러분!
이리로 모이세요!
저는 바벨과 싸우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홍유찬 변호사님의 딸
홍차영 변호사입니다
저희 법무 법인 지푸라기는
바벨그룹의 모든 부정을
조기의 뼈 바르듯 낱낱이 밝혀 나갈 겁니다
바벨과 검찰과의 부적절한 커넥션까지도요

기자 여러분, 그 지금 쪼끄만 로펌이
한번 떠 보겠다고 거짓 정보 
흘리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 됐어요
CVN 김성일 기자입니다
바벨그룹의 부정이라면
정확한 부정이 어떤 건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부정적인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바벨그룹과 검찰 간의 유착 
행위가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공식적인 질문은 서면으로 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홍차영 대표님에 대한 과도한 질문은
폭행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비켜 주십시오

가시죠, 변호사님


VINCEN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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