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E02


둘이 뭐, 흡연 구역에서 만난 사이예요?
기 선수 담배 시작했니?

했으면 혼내시게요?

아니, 사회면에 날 일만 하지 마
예를 들면 경찰서 연행
그거 어떻게 해결했니?

글쎄요, 정의롭게?

이런 흉흉한 화제가 오가는데
계속 거기 서 있을 건 아니죠 오미주 씨?

아, 예, 지금 사라지려고요 말씀들 나누세요

아,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따까리를 자청하신 거 보니 
주제 파악 확실하신 분 같고
기 선수 일정이랑 자료는
정지현 실장이 이메일로 보내 줄 거예요

알겠습니다


선배님
이제 훈련 시작한답니다

어, 땡큐

핸드폰 뭐 하세요?

문자

선배님 설마, 진짜 사귀시는,

뭐?

아닙니다


전 도착, 천천히 오세요
어디예요? 응?
똑똑똑, 기선겸 씨
전화 왜 씹어요?
어디 아픈 거예요?
혹시 사고라도 났어요?

큰일 났네



처음 작업한 외화가 스크린에 걸리는 날 
내 이름이 뜨는데 이게 언뜻
폰트 때문에 오미주가 아니라 
오마주처럼 보이는 거예요
아, 무슨 콘셉트 종자 같잖아요 
오마주라니까

어차피 끝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잘 없다면서요

그렇게 말하니까 무슨 
관심 종자 된 거 같네?

관종

뭐야? 왜 기분 나쁘지?
아, 어떻게 관종은 아나 봐요?

동료 선수가 나보고 관종이랬거든요
엄마랑 같이 레드 카펫 올라간다고요

아, 맞는다 그, 모친이 육지우 배우죠?
나 지우 언니 나오는 영화 
한영 자막 할 뻔했었는데

저는 엄마 영화 안 봐요
어릴 때는 청불이라서 못 봤고요

아, 그거 말하는 건가 보다
그, 지우 언니 필모 중에 유일하게 
청불인 거, 잔인해 가지고

얼마나 잔인한데요?

어, 거기서 지우 언니가 
냉혹한 킬러로 나오는데
그 나쁜 놈들 잡아 가지고
막 온갖 고문을 하다 하다
나중엔 눈알 뽑아 버리고
칼로 푹 찌르고 가죽까지 벗겨 버려요
그거 대한민국 영화 최초였어요 
가죽까지 벗기는 거는

그런 영화를 왜 봐요?
그냥 다 봐요, 영화면

그래서 번역가가 된 거예요?

음,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에 
어떤 대사가 있었는데
그게 엄청 위로가 됐거든요
근데 자막이 없으면
그게 내가 무슨 말인지 몰랐을 거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말과 말 사이에 다리를 놔 주는 저 사람은 누굴까

아, 나도 저런 거 하고 싶다 참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그래서 죽어라고 열심히 하다 보니깐

진짜 이렇게 됐네?

씁, 뭔가 부자 된 기분 들거든요

내가 어떤 한 세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이해해서  
세상에 알려 주는 그 기분이 
음, 손에 뭔가 가득 쥐고 있는 그런 기분?

내가 뭘 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이라
꼭 부자 된 기분이더라고요
자, 기선겸 씨
기선겸 씨도 부자 되세요, 짠


아, 어떻게 사람이 세 잔에 이렇게 되지?
이거 완전 알쓰구나?

알쓰, 알쓰가 뭐,

알겠냐, 이 쓰레기야!
알코올 쓰레기요, 
알코올 쓰레기 아휴, 참
어디로 가요?

어디로 가야 되나

집으로 간다고 해야죠
주소도 안다고 하고
정신 좀 차려 봐요, 빨리

나 집 없는데

왜 그래요, 설레게?

아, 왜 설레지?

아, 이러는데 설레죠
안 웃던 사람이 이렇게 방긋방긋
집은 없어도 자는 데는 있죠?
그럼 알아서 가세요 
저도 알아서 할 테니까
더 설레면 제가 실수할 거 같거든요

실수? 

이런 거? 

근데,  난 침착하게 다스릴 거예요  
우리 또 볼 사이니까, 갈게요


아까 말했던 실수
내가 해도 돼요?

예?


Run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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