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E02


몇 살이에요?

아, 나이 물어보면 실례인가?

 

스물여섯

우리 동갑이에요

 

어쩐지 친근하더라, 우리 친구네?

말 놓을까?

좋아



다른 사람들은 언제 와요?

아무도 안 와

너도 이 바닥 알지?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해, 스폰 끼고

선생님

저 선생님 존경해요

 

존경도 사랑의 일종이야

스폰은 비즈니스예요

속여서 미안해

나랑 둘이 있는다고 하면

네가 안 온다고 할 것 같았어

이런 무리수를 둘 만큼

내가 너에 대한 마음이 커

비즈니스 아니야 너 처음 봤을 때부터,

 

그만하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끝까지 들어!

시작했으니까 멈추고 싶지 않아

거절당한다고 해도

선생님께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너 참 냉정하다

그게 네 매력이지만

돈 필요해?

돈은 언제나 필요하죠

그러게 5년 전에 내 말 들었으면

지금 이 모양이겠냐?

전 지금 제 모양 싫지 않아요

좋지도 않지만

내가 네 에이전시가 되어 줄게

배우가 되고 싶다면

배우가 될 때까지

스폰도 해 주고

죄송합니다

마지막 기회야

시간 줄게, 일주일


다들 어디 갔어?

밖에

넌 왜 여기 있어?

난 일하러 가야 돼

아까 왜 얘기 안 했어?

 

그때 얘기하면 분위기 안 좋아지잖아

내가 뭐라고

너 뭐거든?

해효랑 아직도 친한가 봐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런 거 되게 어렵지 않아?

해효랑 나랑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것도 알아?

같은 동네, 다른 느낌인 것도 알아

해효 팬이라면서 나도 같이 판 거야?

대답하기 싫다?

하긴, 내가 뭐라고

너 뭐거든!

왜 소리를 질러?

네가 그러니까 진짜 내가

뭐가 아닌 거 같잖아

쯧, 그렇네, 내가 왜 그랬지?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니? 네 마음인데

물은 거 아니고 혼잣말이고

생각해 보니까

'뭐라니'라는 말은 자신을 비하하는 말이잖아

누가 됐든 그런 말 쓰는 게 싫어

그래서 내가 강력하게 어필한 거지

네가 먼저 썼어

 

난 네가 무안하지 않게 리액션 한 거야

너 억울한 거 못 참는 성격이구나

어떻게 알았어?

지금 무안당하면서 알았지


그럼 나중에 보자

나중에 어떻게 봐?

그런 의례적인 인사 좋지 않아

핸드폰 줘 봐

우리 숍에 와, 내가 연예인 DC 해 줄게

근데 넌 덕질을 참 쿨하게 한다

보통 이럴 때는 일 집어치우고 따라가지 않냐?

그럼 생활이 망가지잖아

일상이 단단해야 누군가를 안정되게

지지할 수 있잖아

너 안정 좋아해서 안정하냐?

아니, 뭐든 안 정해서 안정하야

너 한 마디도 안 진다

한 마디를 지면 열 마디를 져서 한 마디를 안 져

너 어디 가서 지고 살지는 않겠다

계속 지고 살아

회사 관두고 나서 더 많이 지고 살아

그래서?

그걸 처음 보는 나한테 푸는 거야?

너 팩폭이구나?

 

직설적이라는 말은 듣지, 내가

상상했던 거랑 다르네

뭘 봐?

그냥 봐

언제까지 그냥 볼 거야?

 

네가 갈 때까지

그럼 가야겠다, 부담스러워서

 

사람하고 말했는데

왜 인형하고 말한 기분이 들지?



야, 너희 밥 삼시 세끼 닭 먹어 봤어?

조류 독감 딱 터지지? 그럼 아침,

아침 삼계탕, 점심 닭볶음탕

저녁 치킨!

 

돼지 콜레라 터지면?

아침 제육볶음 점심 돼지갈비찜, 저녁 삼겹살!

토 나와!

야, 너는 아마 나를 통해서

간접 경험 많이 해 가지고

지금 당장 군대 가도 잘 적응할 거야

 

나 지금 군대 가냐?

 

영화사에서 전화 왔어

너한테 어떻게 말할지 망설였는데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 싶어서

잔인한 새끼

지금 이 순간이어야만 했냐?

네가 얘기하라며?

아, 그래도 이걸 갑자기 얘기하면 어떡해?

사혜준, 아, 혜준아!



생각 좀 하고 살아

5년 전에 내가 뭐랬어?

너 혼자는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혼자 할 수 없으면 그만둬야죠

 

넌 왜 야망이 없냐?

그저 그렇게 살다 이름도 없이 죽을래?

엿 먹어


울지 마


평생 내 방을 가져 본 적 없다

이 순간 혼자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방이 필요했다

내 방을 갖고 내 집을 갖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서 갖게 되는 꿈을 꿨었다

 

나한테 허락되지 않는 것을 나도 거절한다


거절해요, 선생님 제안

 

군더더기 없이 딱 용건만 말하는구나

선생님 존경하고 좋아했습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알았다

점심이나 같이하자

선약이 있어요

되게 바쁘구나, 너?

딴 사람들한테는 시간도 잘 내 주나 봐?

아니면 없는 약속 만들었냐?

거짓말했어요

선생님하고 점심 자신 없습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

네가 그렇게 잘났어?

너 날 뭐라고 생각해?

거절에 대한 답을 호의로 하니까 하찮아 보여?

너는 진짜 머리가 나쁘다!

그 머리로 네가 뭐가 되겠냐?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 모양이지

절 비난하시는 게 마음 편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널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같이 시작한 해효를 봐

걔는 백그라운드가 좋으니까 계속 승승장구잖아

넌 네 아버지처럼 공사판에서 인생 마감할 거다

꼭 기억해 주세요, 오늘

전 선생님께 끝까지 예의를 지켰습니다


여행 안 갔어?

 

나 사고 쳤어, 혜준아


누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실수할 수 있어

미안하다 그러면 이해해 줄 거야

내가 회사 다닐 때

너희들 티켓 작업 다 했잖아

아이, 이런 건 일도 아니지

숙소도 구했어

나 프랑스 가?

밀라노 직항은 비행깃값이 두 배야

프랑스 경유해서 밀라노로 가려고

누나

 

약속 있는 거 다 취소하고

6시 비행기니까 집에 가서 여권 챙겨 갖고 나와

짬뽕! 아니라고 말 못 해


비행기 처음 탄 사람처럼 왜 이래?

 

처음 탔어

누나는 사람 입을

틀어 막히게 하는 재주가 있어

 

나 지금까지 날 위해 산 적 없어

이번 쇼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누나 같다





설명할 수 없지만,

안에서부터 뭔가가 치미는 그거

그게 뭔지 알았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멋지다


머리 좀 잘라 줄래? 바리깡으로

하, 뭐야, 7세 미만 아가들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군대 가


Record Of 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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