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민란의 시대
목민심서라
여기 서문에 아주 좋은 글이 나오네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에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를 알지 못하니
이 때문에 하민들은 여위고, 곤궁하고
병까지 들어 진구렁 속에 가득한 듯
그들을 다스리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슬프지 아니한가
슬프지 아니한가
뭐 하느냐 저놈 막지 않고!
감히 우리 지리산 추설 노사장의
앞길을 누가 막겠소
전라 나주의 대부호 조원숙 대감의 아들 조윤은
남들이 10년에 걸쳐 이루어낸다던 무과 급제를
약관 19세의 나이에 이루어내고
21세에 병조 훈련원 주부로 재직하게 되니
그의 실력이 얼마나 출중했는지 알 수 있다
일찌감치 장창, 당파, 낭선 등
십팔반무예에 달통한 조윤은
창을 찌르면 나는 제비를 꿰뚫을 수 있었고
한 자루의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검광이 띠처럼 늘어져 무지개를 만들었으니
가히 그를 조선 최고의 무관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았다
그는 전라 나주의 한 색주가에서
기생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한 점쟁이가 말하길
귀한 곳에서 태어나면 제왕이 될 운명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될
고달픈 운명이라 했다
7살이 될 때까지 분 냄새 나는 여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자란 조윤은 8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헌종 7년에
전라 관찰사에 임명되어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 탐관오리의 자녀
서얼 조윤의 등장으로 계집아이만 넷을
낳은 조 대감의 본처, 최씨 부인은
일생일대의 위기감을 느꼈지만 조 대감에겐
명망 높은 풍양 조씨 가문의 대를 이을
아들이 생겼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하지만 최씨 부인은 조 대감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인한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필사적인 노력과 끝이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 끝에 배다른 동생, 조서인의 탄생으로
인해 집안의 대들보에서 낙동강 오리 알
신세로 전락해버린 조윤은 11세의 나이에
인생의 허무함을 깨달았고 그 허무함은 곧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적대감으로 바뀌었다
절간에 있다는 부녀자를 자네 집 식솔들이
백방으로 찾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 복중의 아이가 사내인지 계집인지,
내 알 길이 없으나 조서인의 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네가 조 대감의 유일한 상속자가
되는데 이런 중차대한 일이 아무런 연유 없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나는 그 백정 놈의 살인과 이것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네
열어보시지요
조 공자, 나를 희롱하는 것인가?
그 안에 뭘 담아드리리까?
그 안에 뭘 담아드리리까?
금이라 하면 금을 담아드리고
돈이라 하면 돈을 담아드리겠소
내, 당장 그놈의 목을 칠 것이니
조 공자께서는 아무 걱정을 하지 마시오
더러운 땅에 하얀 연꽃이 피어오르는 것은
신의 뜻인가 아니면 연꽃의 의지인가
그 흉측한 머리 몸에서 떼어주마
너희들 중!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
내, 그자의 칼이라면 받겠다
KUNDO : Age of the Rampan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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