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E07


왜 따라와요?

어? 오미주 씨
이 동네는 무슨 일이에요?

아니, 저는 우리 집 가는 길이었는데

저도 집 가는 중인데
이 동네 사시나 봐요
그럼 제가 데려다줄게요

이렇게 행보가 가벼워서야, 아유
그래서 옷은? 야무지게 골라 왔어요?

야무지게 골라 나오다가
딱 걸렸죠, 아버지한테

집 나올 때 장르가 
야반도주 장르는 아니었길 바라요
그래서 혼났어요? 가출했다고?

은퇴한다고 혼났죠, 절대 안 된다고

아버지 입장에선 
마나 속상하시겠어요
그동안 운동선수로서 
쌓아 놓은 커리어가 얼만데
기선겸 씨가 미련 없으면 괜찮지만
있을 거 같아서

앞으로 뛸 것보단
여태 뛰었던 것들에 미련은 남았죠

음, 육상 선수들은 은퇴하면 
주로 뭐가 돼요?
회사원으로 치면
가장 한창일 나이 때 
그만둬야 되는 거잖아요

이게 건강한 육체를 담보로 
청춘을 갈아 넣는 직종이니까
헬스 트레이너가 되기도 하고요
선수다 보니 기본이 되니까
입시 센터를 차리거나
코치로 가기도 하거나
아예 다른 직종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요
아니면 아예 없어지기도 하고요

기선겸 씨는요? 
그중에 있어요?

글쎄요
뭐든 하다 보면 뭐가 돼 있겠죠

그중에 하고 싶은 건 있고요?

음, 나는 미련처럼 애틋한 장르를
땔감으로 써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선겸 씨는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빛나던 순간들에 대한 미련
그 미련을 값지게 쓰는 거

오미주 씨 땔감은 뭐였는데요?

음, 나는 두려움이나 강박 같은 거?
그러니까 잘 좀 해 봐요
나도 좋은 영향 좀 받아 보게


아, 맞다 나 다음 주에 
일 있어서 지방 가요

바쁘네요
일이며 나 때문에

아, 아는 피디님이 너무 급하다고
좀 도와 달라 그래서
열흘 치 짐이라서 조금씩 이렇게 싸 두려고요

그럼 동거인분은,
언니랑 둘이 있는 거 걱정되겠지만 
매이 언니도 같이 가요
아, 우리 없는 동안은
혼자서 편하게 있어도 돼요

혼자 어떻게 편하게 있어요
주인도 없는 집에

어? 뭐야?
나 왜 방금 좀 따끔했지?
방금 말을 좀 뾰족하게 했어요?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뭐지? 저기요



그래서
서태웅이랑 무슨 관계인데요?

막장과 치정으로 더럽게 얽힌 관계?
너도 그렇게 되고 싶니?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와서 기다리기까지 했어
내 개인 번호 실장님한테 
문자로 넣으라고 해 놨어
내 사람 그만 귀찮게 하고 
이제 나한테 보내, 씹어 줄게

내 사람?
아, 그, 깍두기처럼 생긴 실장님?

깍두기라니? 법대 나온 사람한테

실장님이 왜 대표님 사람이에요

아, 내가 열받아서 
이 말부터 한다는 걸 깜빡했다
너, 자꾸 선 넘지 마

싫어요

뭐?

선 넘으니까 대표님이 달려왔잖아요
달려온 이유는 좀
아셔야 할 거 같아서

너 그, 러프는 하고 있어?

러프

장난해, 지금?

러프가 그렇게 중요해요?
내가 이대로 안 그릴 수도 있는데?

말대꾸하지 마 

하지 말라는 것도 되게 많네, 정말
이야, 되게 멋있다
문 열자마자 확 집중되네?

다시 닫아
차 갖고 온 김에 좀 걸어야겠다


음, 자판기 커피라는 거예요
설마 처음,

평범한 재벌 3세들이나 그렇지
난 본디 원산지 불명의 
음식은 섭취하지 않아서

뽑아 온 사람 성의가 있지

학생은 행운동이랑 무슨 관계야?

본가가 거긴데요?
근데 제가 행운동이랑 
관계있는 건 어떻게,

꿀 원산지 알아보다가
부모님께 감사, 오, 슛!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전해 드려

이건 제가 다 마실 테니까
꿀은 버리지 말고 당 떨어질 때마다 
꼭 챙겨 드세요

안 버려, 음식이 뭔 죄야

내가 죄란 소리로 들리네

공 좀 차 주세요 

네, 내가 찰래, 너 손 없잖아

발 있는데

그게 뭐든

감사합니다

잘 찬다

내가 본디 차는 데 좀 탁월해

축구 좋아해요?

축구부였어
아버지 아들이 고자질하는 
바람에 그만뒀지만
그땐 축구 선수가 꿈이었는데
꿈은 꾸는 거지 이뤄지는 게 아니더라고
겨우 그 정도에 꺾이는 꿈이었던 거지
살다가 이렇게 한 번씩 마주치면 좋은 거고
가끔 마주치려고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서 볼 때마다 운동화였나?

기회라는 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거잖아, 방금처럼

아, 되게 좋다
대표님이 자기 얘기 해 줘서
제 꿈은 물어보지 마세요
준비된 꿈이 없거든요

꿈이 없는 게 말이 돼?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 
하기에도 바빠요
아! 최근에 하나 생겼다
대표님이랑 그림 얘기 직접 하는 거?
누구 안 통하고 아니, 그, 꿈이 아니고 
목표로 바꿀게요
꿈은 아까 못 이룬다고 했으니까

목표가 뭐 그래
앞날이 창창할 나이 아니야?

그럴듯한 목표가 있으면 
사람들이 신기해할 나이죠

몇 살인데?

스물넷요

좋을 때다

좋을 때죠


Run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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