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E04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아유, 못 참겠다!

어떻게 할 거야?

할 거야

 

앗싸!

아유, 우리 귀하신 배우님

이거 들게 하면 안 되지

아이, 왜 그래?

아이, 넌 나의 아티스트야

내가 대접을 잘해야

밖에서도 대접을 잘 받지

태도는 좋다

다행이다, 그럼 이제 네 태도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내 태도야 항상 좋지

그걸 고쳐야 돼

자기중심적이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태도

내가 언제?

너무 객관적이어서 문제인데

정정, 너무 자신한테 냉정한 타입이야, 너는

대체 날 제대로 알긴 하는 거야?

알아, 안다고, 내가!

내가 잠시,네가 할 줄 몰랐어

너무 당황스럽잖아?

네가 하게 되면 나도 하게 되는 거잖아

사실 나 자신 없어, 너한테 큰소리쳤지만

네가 안 한다고 하고 사실 나도 접었거든

그렇지, 웃기지? 아, 나도 너무 웃겨

근데 너무 좋아!

 

누나 무서워, 정상이긴 한 거야?

그럼!

예!


지아야

 

오빠, 잠깐만

어, 혜준아

너랑 같이 가려고 도서관 왔어

 

미안, 나 오늘 늦게 공부해야 돼

로스쿨 시험 얼마 안 남았잖아

이 시간은 집에 가는 시간이잖아

 

오늘은 공부가 잘돼

알았어

근데 내가 왔다고 했잖아 궁금하지 않아?

어디 있는지

알았어

근데 내가 왔다고 했잖아 궁금하지 않아?

어디 있는지왜 이제야 알은척해?

너야말로 왜 이제야 알은척해?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날 너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머리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자는 말

이렇게 하는 거잖아

네가 예상한 건 내가 널 보고 아무 말 없이

고통을 혼자 간직한 채

집으로 가서 정리하는 거잖아

내가 알던 사혜준이 아니네?

첫 번째는 당했지만

두 번째는 안 당해

널 사랑하는 건 의심하지 마

 

널 사랑했던 순간은 기억할게


어, 왔어?

야, 짐 많다

 

뭐 보고 있었어?

축구, 매니저 누나가 내가 야망이 없다며

골 넣는 영상 보면서 야망을 키우래

아드레날린 뿜뿜 해서 승부욕 불끈하래

 

난 야망 없는 남자 좋아하는데

아, 나 좋아하는 거 알아

괜찮아

뭐? 내가 거짓말한 거?

내 덕질을 언제부터 시작한 거야?

 

저 거만한 표정!

환상은 환상대로 놔뒀어야 됐는데

괜히 만나 가지고

나 만나서 실망했어?

아니, '역시 내 안목은 훌륭하다' 그랬어

 

결국 자기 칭찬이네

아, 그럼 내 칭찬을 해야지

내가 수많은 연예인 중에 널 선택했잖아

그리고 직접 만났는데 진짜 좋은 사람이었잖아

얼마나 만났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하냐?

너 나쁜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야

거봐, 맞잖아,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자기 입으로 나쁜 남자라 그러는

남자는 진짜 나쁜 남자래

다른 건 다 거짓말해도 그건 절대 거짓말 안 한대

어머니는 나쁜 남자 안 만나시겠다

잘 아시니까

나쁜 남자를 많이 만나 봐서

알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니?

든다

아, 나 배고파

뭐 먹을래?

외식 잘 안 해

알았어, 가자

어디를?

너희 집 가자며?

외식 잘 안 한다며?

그게 왜 우리 집이야?

너희 집일 수도 있지

그럼 우리 집 갈래?


뭐 하는 거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오버다

아, 나 이런 말

진짜 해 보고 싶었어

덕밍아웃 하니까 너무 편하다

아, 내가 왜 아웃팅을 시켜 갖고

내가 인생에 대단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거짓말은 하지 말자 주의거든

근데 널 만나서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다는 게

나에게 얼마나 압박감을 줬겠니?

먹어

 

맛있어, 역시 떡볶이는 소울 푸드야

그 눈빛 뭐야?

내 눈빛이 뭐?

너무 그윽해

그냥 쳐다본 거야

넌 좋겠다

그냥 쳐다만 봐도

심장을 움직이는 눈빛을 가져서

평소보다 업돼 있는 거 같다?

지금껏 감춘 거에 대한 부작용

내가 그동안 얼마나 널 만나고 싶었겠니?

그리고 할 말은 또 얼마나 많겠니?

오늘 할 말 다 해

맨정신으로는 못 해

 

 


폭탄주는 비율과 배합이 중요한 거야

사람들이 내가 만 게 제일 맛있대

그 얘기 벌써 두 번째야

벌써 취했니?

넌 어떻게 이름도 사혜준이니?

아,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모르실 때는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너 왜 안 마셔?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맨정신이어야

무슨 일이 터지면 해결하지

무슨 일 터질 게 뭐가 있어?

모르지만 혹시라도 있을 일에 대비하는 거야

참 어렵게 사시네요

그럼 나야 좋지

내 거야

너 안 마신다며?

안 마셔도 내 거야

내 거 뺏기는 거 싫어해

뺏기는 게 아니라 주는

이거 마는 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노동력이, 노동력이

줬다

'사씨남정기' 말고는 사씨를 본 적이 없어

'사씨남정기' 읽어 봤어?

조선판 '사랑과 전쟁'

와, 분석도 잘하네?

그 얼굴에

그런 지적인 능력까지 가지면

사기캐 아닙니까!

 

더 할 거야?

아니

사혜준, 사혜준이

뭘 사해 주니?

널 사해 준다

너의 죄를 사해 준다

그거 알아?

힘들 때 힘든 거 들키지 않으려고

막 더 밝게 설레발치는 거?

알아

네가 지금 그러고 있잖아

 

들켰네

팬과 스타는 인간적인 관계를

갖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해

더구나 이제 우리는

친구 관계로 설정됐잖아

나, 네 덕질 때려치우기로 했어

안 해, 안 해, 안 해

아유, 가뜩이나 팬도 없는데 탈덕하네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애들 많을 텐데?

좋다고 따라다닌다고 다 팬은 아니야

외모만으로 사람을 오래 잡아 두기도 어려워

잘생긴 건 아는구나

 

내 외모

싫어했던 적 있어



나 너한테 말 안 한 거 있어

 

뭔데?

주사 있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렇게 심한 거 아니야

그냥, 음, 초기 30분? 30분 정도가

쪼끔 그래

 

'좀 그래'가 뭔데?


똑바로 걸어라

 

더 이상 어떻게 더 똑바로 살아?

힘들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너무 힘들어

내가 회사 관둘 때는

꿈을 현실로 만들 자신이 있었어

안정하

이 바보야!

꿈은 잠잘 때 꾸는 거야

내가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어

아니, 고객들이 내가 좋다는데

나랑 하고 싶다는데 왜 프레임을 씌워?

난 내 일을 충실히 다 했어

왜냐? 재밌으니까

근데 왜 친구 남자 뺏는

쌍년 프레임을 씌우냐고

이제 그만해라

 

내가

잘못한 거 같아

진주 쌤이 그렇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내가 어느 정도 빌미를 줬겠지?

사람이 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어?

30분 다 됐어

내가 잘못했어

너의 죄를 사해 준다

안정하

내가 창피해?

어, 창피해

아, 어디 가?

어디 가?

가, 같이 가야지, 아이고

같이, 같이 가요!


이제 주사 타임 끝났냐?

그런 거 같아

 

아니, 아직 짐승인 거 같아

 

아니야, 끝났다니까?

어? 비 오나 봐

진짜

아, 뛰어, 뛰어!


할아버지 모델 학원 등록해 드렸어

내 설득이 먹힌 거야?

먹혔어, 반성도 했어

사랑한다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시각이

남들하고 같았던 거

반성하는 사람 좋아해

예측 불가능한 사람 싫어해

약속 지키는 사람 좋아해

불안하게 하는 사람 싫어해

반성하는데 예측 불가능해

약속 지키는데 불안하게 해

그럼 어떻게 할래?

싫어해

넌 싫어하는 걸 더 좋아하나 보다

넌 뭐 좋아해?

어떤 때는 좋다가 어떤 때는 싫고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많아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면 다 좋은 거 같아

너한테 사랑받는 사람은 좋겠다

아니야, 아니야, 그거 아니야

너한테 사랑받고 싶다는 얘기 아니야

누가 뭐래?

나 눈 되게 높아

아까 호불호 들었지?

나랑 사귀려면 그걸 다 통과해야 돼

그거 기본 아니냐?

기본 안 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정하야

너의 장점 중 하나가 인정을 잘한다는 거야

미안, 나 눈 높지 않아

근데 어려워

덕질과 주사, 이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는 게

뭘 뜻하는지 알아?

슬픔

지금까지 어떤 남자도 사랑한 적 없어



마음에 들어?

내가 해야 될 질문 같은데?

마음에 들어?

네가 해 주면 다 마음에 들어

 

오늘 왜 이렇게 인심이 좋아?

내가 불쌍해 보였나?

너 내 앞에서만 술 마셔

왜?

너무 귀여워

식상해, 너무 많이 들어, 그 말

정하야

 

인정, 많이 듣지 않아

예쁘다는 말을 훨씬 많이 듣지, 됐니?

됐다


수저 계급론에는 정신이 없다

내가 부모로부터 받았던

정서적 안정감, 정직, 순수함

이런 가치가 없다

부모가 받는 고통을 보면서 다짐했던

성취 동기도 없다


너 여기 캐스팅됐냐?

네가 주인공이냐?

요즘 인터넷 딱 끊고 살았더니 몰랐네

하, 어차피 쩌리로 나올 거잖아

나랑 만날 일 없잖아

내가 무슨 역인지 알면 너 놀랄 거 같다

처음에는 너 보고 움찔했다가

배역 생각하니까 기분 좋아

 

너 무슨 역인데?

야, 너 무슨 역이야?


너였어?

야, 이 개새끼야!

개새끼야?

내가 깡패냐?

각목으로 사람을 패게


야, 너 이거 아니잖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아, 성질나 죽겠네 초짜랑 하려니까, 씨, 쯧

혜준아

이거 괜찮은데?

아이, 감독님

그럼 얘가 살잖아요

제가 주인공이에요!

얘가 살아야 네가 잘 사는 거야

너 그다음에 어떡하려 그랬어?

묶은 거 풀어 주고

죽신하게 손으로 패는 게

제 캐릭터가 더 못돼 보일 거 같습니다

그래?

합 한번 맞춰 보자

저, 좀 풀어 줘 봐요

씁, 일단 주먹으로 한 대 칠까?

내 앞에 있는 놈은 얼마 전 내 꿈이었다

다시 만났다,

그때와 다르다,

나는 오늘 알았다

내가 왜 간절히 배우가

되고 싶어 했는지

배우에게 수저는

밥 먹을 때 쓰는 도구일 뿐이다


Record Of Y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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